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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09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07-11-0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누가 저 종교를 박해했을까
느티獸
말
여수의 잠
친구를 기다리네
손잡이
붕어
콩나물국
맛
나비夢
제2부 끊어진 등고선
투명한 집
신인상
금속 가계
무거운 눈꺼풀
쪽배
겨울숲엔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동백
누이생각
보안등
성형의 밤
제3부 검은 새
밀양
삼월에 내리는 눈
역
정든 골목
그믐달
入村
1980년-난교
소파
살아 있는 짐승
고향이
궁남지
저수지의 노래
나쁜 시
제4부 두 번째 고해
흰 달
내게 마술이라는 것은
오래된 냄비
물푸레와 느티 사이
행상
블루에 대하여
11월
미사리
故 죽음의 누추한 비문
녹우
호수
고해
제5부 안개 속 아이가 준 선물
사우나에 핀 나팔꽃 세 송이
배웅
홑이불
탁란
폐왕성지
두 줄기 잉크가 흐를 때
악센트
열아홉 번째 불면
의자
호도백
알
여행자
해설 / 김춘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게 마술이라는 것은
밤 이슥토록 야근하고 버스 종점에 내려 캄캄한 길을 걸어온 형이 장발과 어깨에 잔뜩 이고 온 눈송이 빛 같은 것이다 방문 밀고 들어오는 형 눈빛에 얼른 카시미롱 이불 속 스뎅 밥그릇 더듬어 오며 늘어나는 어머니의 손길 같은 것이며 부엌에 나가 달각거리는 팔각 성냥통 쥐고 단 한 번 그어 치지직 일으키는 성냥 불꽃 같은 것이다 파랗게 돋아난 풍롯불 위에서 끓는 된장찌개 소리에 어느새 입 다무는 허름한 부엌창, 밥상 위에 올려져 뚝배기와 함께 언제까지나 보글보글 끓을 된장찌개 같은 것이다 어느 참에 넌지시 형 옆에 앉아 무언가 어림해 물어볼 듯하다가 밥 먹는 양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길, 이불 속에서 채이던 스뎅 밥그릇 찾아 자꾸만 꼼지락대는 아랫목 내 어린 발가락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사륵사륵 머리맡 변두리 골목 눈 깊어가는 밤
내게 마술이라는 것은,
지금 내게 마술을 거는 것은 이제 그런 밤은 없다고, 그런 밤은 없었다고 마음을 채근질하고 가는, 유리창 밖 어둔 바람 한 줄기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