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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761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8-07-30
책 소개
목차
제1부
부활/ 풀잎 속 붉은 고백을 듣다/ 마지막 기억/ 사월/ 두 개로 나누어진 세계/ 벌거벗은 개/ 재개발지구/ 풍경/ 어떤 입술/ 사과를 탐하다/ 사라진 엉덩이/ 폐교/ 한 마리 나비/ 푸른 여자/ 분홍 여자/ 서쪽/ 유토피아/ 내일이 사라지고 있다/
제2부
감금/ 개미가 개미에게/ 돌멩이/ 요정의 눈/ 망각/ 따뜻한 동그라미/ 밑줄 친 희망/ 느린 세계로 가는 정오/ 어떤 사랑/ 마지막 노래가 들려올 때/ 달맞이 꽃 진 자리/ 꿈결/ 한 발짝 성큼 숲/ 저기에서 부는 바람/ 가벼운 껍질/ 다음 계절이 나를 부를 때/ 휘어진 길/ 찢어지는 웃음/ 검은 구름과 다이아몬드/ 죽고 있는 농담
제3부
화장을 지운 그 여자의 이름/ 모호한 경계/ 저 끝에 있는 것/ 첫 문장/ 노숙/ 배는 물들어간다/ 숲이 어두워 질 때/ 하얀 웃음/ 검은 노을/ 존재/ 우는 어금니/ 위험한 그림자/ 지우개 달린 자전거 바퀴/ 저기에 사람이 있다/ 내가 있는 곳/ 젖은 회귀回歸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편한 어제를 지우고 지금 떠나고 있다
불친절한 구름 사라지고
담배연기 바닥을 포격하고 있다
헤어진 신발들 흩어지는 연도를 따라 웃음을 만난다
질척거리는 이 거리는 누가 웃고 갔나
정오와 헤어진 얼굴이
방금 전 웃음으로 지나갔다
하나의 풍경을 위해 새는
햇볕을 조금씩 찢어 먹고 있다
우리 동네는 어디서 살고 있나
겨울 눈사람 건축된 이곳
늦은 봄으로 계절이 사라지고
서쪽의 열쇠를 잃어버렸다
너의 말 안에 잊어버린 얼굴이 살고 있다
들풀 밟히고 가지 끝 춤추는 벌레와
다른 웃음으로 우는 나무들
기억이 살고 있는 그림자 안 깊은 세상
낯선 말이 낯익은 얼굴로
이상한 계절을 따먹고
쓰러져 나간 굳은살들
에덴은 죽은 씨앗 꿈틀거리고 있다
옆구리 속으로 침투하는 칼날 하얀 손
다시 시작해
모든 절망이 멈춘다
- 「서쪽」 전문
해 질 녘
서투른 아이가 불투명한 발음으로
우울을 말하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귀를 가진 풀잎은
얼굴을 숨기고 있다
갈림길에서
모자를 눌러 쓰고
그 여자가 다시 지나갈
확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하나를 가진 자는
행복이라고 쓸 수 있다
나는 무엇 하나로
이 지친 삶을 위장하고 있을까
붉은 립스틱으로 읽고 있는 입술이 웃는다
욕망이 사라지고
방문을 잠근
위험한 데카탕스
없는 더 깊은 어둠으로
그림자가 사라진다
- 「위험한 그림자」전문
전봇대 두 팔을 벌린다
화단의 꽃은
벌에게 나비에게
헤픈 몸을 허락한다
몸을 주는 게 아니야
그럼 뭘 주지?
모든 것
모든 것 안에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보수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시 고치며 친절하게 걸어가는
먼지의 발은 가볍다
모든 가벼움은 멀리 있다
애인을 만나 욕을 먹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철 없는 계절들은 저기에
늦은 아침을 만나고
역전 의자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엉덩이들의 자리는 어디였지?
열차들이 행선지 없는 곳으로 떠나고
잃어버린 자리들은
모두 역전의 엉덩이가 된다
기억이 사라지듯
사람이 사라지고
전봇대의 팔이 움켜쥔 그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잠시 뒤,
엉덩이들이 사라졌다
- 「사라진 엉덩이」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