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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88992235181
· 쪽수 : 592쪽
· 출판일 : 2007-05-31
책 소개
목차
제1부 기울어진 탑에서 바라보다
기울어진 탑(斜塔) - 4세대를 다시 읽다
끊어진 다리 - 아들 세대의 예술
타자와 만나다 - 제3세계 비평 독서기록
성별과 서사 - 당대 중국 영화 속의 여성
<인간.귀신.사랑> - 한 여인의 곤경
고요한 소란-도시의 표상 아래에서
<마음의 향기(心香)> - 의의, 무대 그리고 서사
제2부 막이 내리고 막이 열리다
열곡-포스트 89 예술영화의 휘황과 몰락
역사의 아들 - '5세대'를 다시 읽다
<패왕별희> - 플랫이 된 역사와 거울 속의 여인
<붉은 가마> - 파괴된 의식과 문화적 양난
<붉은 폭죽, 푸른 폭죽> - 유형.고택과 여인
제3부 거울성의 한 귀퉁이
장마철 - 1993~1994년의 중국 영화와 문화
<얼모> - 현대 우언의 공간
안개 속 풍경 - '6세대'를 처음 읽다
카니발의 꽃종이 - 1995 중국 영화 비망록
빙해, 배를 집어삼키다 - 중국영화 1998년
책속에서
리비화의 소설이 배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천카이거의 '패왕별희'는 공간화한 역사/연대 없는 역사와 시간화한 역사/편년사를 병치함으로써, 그리고 역사의 정치적 장면과 성별적 장면을 같은 무대에 세움으로써 5세대의 문화 및 예술이 초기 지향하던 바를 배신했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하고 짙은 색채의, 상심 어린 듯한 동방의 거울 이미지 속에서, 천카이거들이 깊이 사랑하고 한스러워했던 중국의 역사와 현실은 이미 진정 부재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순수하지만 과적된 중국의 표상은 이미 당대 중국의 현실 속으로 다다를 길도 떨어질 길도 없어졌다. 그리하여 중국의 역사는 얇고 기이한 플랫이 되었고, 중국의 현실은 서막과 결말에서 이동식 스포트라이트에 의해 비춰진 텅 빈 운동장이 되었으며, 극 엔딩 크레딧의 비어 있는, 흑색 자막의 바탕이 되었다. 천카이거는 역사와 폭력에 대한 자신의 현실적 확인과 입장을 상실했다.
비어 있는 (비非)무대에서 청뎨이, 돤샤오러우는 그럴듯한 일막을 연기한다. 먼저 청뎨이가 농담식으로 고쳐 쓰기 했던 시간을 반전시킨다. "저는 본디 사내아이로, 계집애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후 보검을 빼들고 우희가 목을 찌르는 장면에서 자살한다. 만약 이 순간이 역사에 대한 도착이자 성토의 순간이라 한다면, 이는 또한 역사의 거울 이미지를 완성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만약 이것이 역사가 현실로 연장되는 순간이라 한다면 현실은 오히려 빈 공백이라 할 수 있다.
천카이거의 영화 속에서 역사와 서사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행동을 같이 하는 순간, 서사와 현실의 연결 고리는 오히려 빠져버렸다. 칸에 이어 천카이거와 '패왕별희'는 아카데미로 진군했다. 미로의 승리자는 더 이상 표류하지 않았다. - '패왕별희 : 플랫이 된 역사와 거울 속의 여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