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제1부
어떤 기도
불혹 즈음
안에서 밖을 보다
선산을 오르며
늙으신 하나님 1.2
공명
꽃샘추위
미안하다
상여길
아버지의 시계
은조미용실
겨울바람 1.2
가을 그리고 바람

제2부
첫사랑
늦사랑, 벽시계를 걸며
산꼭대기에 올라
아내에게
해탈
이슬이 무겁다
미친 봄날
가을이었네
편지
납골 항아리
논산 지나는 길
나도 산다
응답
죽은 척
거미줄

제3부
사랑을 꿈꾸다
그해 여름 1.2
곁눈질
그 씨발놈이
서른두 번째 겨울
겨울 시계
기차
시(詩) 쳐먹다
돌멩이를 던지며
돌아와 눕는 밤
이력을 적는 날
새벽 별

제4부
디트리히 본회퍼
위하여 위하여
6차선 도로
벽화 속 예수 1~5
육교에서
광란
아브라함의 기도
미친 또는 뜨거운
마음의 장력

해설 | 김완하
시인의 말

안에서 밖을 보다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보기 위하여
무던 애쓰던 때가 있었다
눈을 감고 한나절 넋을 놓거나
인적 없는 숲 속에서 귀를 닫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는 나를 더 깊이 감추고
훠이훠이 바람만 내저었다

산꼭대기에 올라 맴을 돌다가
나도 모르게 원심력을 거슬러
내 속으로 들어갔다
나를 벗어난 내 밖의 또다른 내가
나무와 산과 하늘과 한 몸을 이루어
땡글땡글 춤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삼라만상이 하나의 몸짓으로
내 끝에 매달려 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원심을 맴도는 나무였다
산이었다 하늘이었다
하늘과 산을 돌리는 작은 원심(圓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