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나이테

제1부
이와 이빨/석굴/담쟁이덩굴/단풍/수선집/그녀가 파업한 이유/짝퉁/간이역/바다의 고발장/환한 나이테/Thousand Islands/아기야, 넌/중심을 놓다/불경기/낯가림

제2부
밤바다/노을/빨래/안식년/출입문이 무거운 날/여고동창생/상사화/새끼손가락/돌에게/노점상/목디스크/우기의 그늘/고사목/펌프질/양귀비

제3부
러닝머신/화련의 옥산에서/노인봉의 새벽/할아버지/향수/강가에 앉아/시 쓰는 녀석/나이아가라/퇴출/칼바람/내리막길/청령포에서/정년퇴임/발돋움/최참판댁 찾아갔더니

제4부
상봉/지금은 쉬는 시간/연둣빛/십육 세 사추기/어머니의 밤/아직은 농익은 10월이니까/산불/한낮의 장송곡/문안/숨바꼭질/탱자나무와 덩굴장미/노숙자/꽃길/동행/보신탕

시인의 말

환한 나이테

산길을 따라 스며들어 간다
맨살로 칼바람 막아낸 채
새살새살 차오르는 연둣빛 몸짓
청보리 일으켜 세우던 마파람이
지난밤 이 산을 먼저 다녀갔나
파르무레 여린 것들이
잎마다 입에 물을 가득 물고
톡, 건드리면 연둣빛 물이
차르르 쏟아질 듯 출렁인다

갈참나무 갈갈대는 비탈에는
도토리나무 뱅그르르 바람을 굴리고
산벚꽃 토해낸 잎자루
파르르 떨리는 이파리에
제가끔 철쭉꽃 추임새 넣는데
밤 새 별의 눈물 받아먹었는가
떡갈나무 떡 버티고 서서
이파리 헤집고 끼어드는 햇살에
푸르르 나이테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