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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680967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5-02-2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04
●――Ⅰ
지극한 비밀·13
회상·14
기름집 노인·16
인터러뱅·19
자감과 타감 사이에서·24
등잔불·29
어머니의 원단·33
고삽재·37
서답터·42
발자국·50
글쓰기에 대하여·53
자유에 부쳐·56
잡초·60
할머니의 노래·63
노인·68
백수(白壽)에 부쳐·71
고엽(枯葉)의 미학·75
조락(助落)·79
신귀거래사·82
그늘에 대하여·87
●――Ⅱ
찰라의 환희·93
언어의 밑그림·94
아버지의 회초리·96
거울 앞에서·99
스스로 도왔다·102
귀소본능·108
복순이·111
안개 속에서·114
길에 대하여·117
사랑·121
목련꽃·123
이건 하느님 뜻인데·127
빛과 어둠 사이로·130
수능, 그 통과의례·138
비우기·142
눈·145
하늘눈·148
땅이 사람을 냈으니·151
황홀한 그늘로·155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158
가족·161
●――Ⅲ
단풍·165
동그란 음악·166
농대의 가을을 찾아서·170
태평양의 물 한 방울·173
한국사 시험·176
감나무의 세모(歲暮)·180
구두끈을 풀어 매며·183
양성 교대·186
귀여운 악마·189
포장마차에서·192
맹인 부부·196
생각이냐 죽음이냐·198
과묵에 대하여·202
컴퓨터시대의 백락·205
IT시대의 언어 유전자·208
입시 추위 소고·211
인물사진·215
청소·219
자동출입통제장치·221
손님·223
●――Ⅳ
친밀성, 접촉성, 친화도·227
타지마할 ·228
시간의 획득·230
명백한 것·231
아래를 내려다보다·232
바라나시·234
마니카르니카·235
웃는 거지가 더 번다·236
줄지 않는 줄·237
마흔 시간의 버스 여행·238
알라하바드의 길·240
우수리스크의 왕버들·242
몽당연필 끼우개·251
길바닥 도배·254
히라노 교수·256
투명 유리통·262
소요유의 세계·265
재활용의 경제학·270
신사의 계절·274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276
궁금하다·279
●――Ⅴ
코사마 야요이·285
불꽃·286
원고지·288
물고기의 개똥철학·290
복 있는 사람·293
연꽃 시간·296
밧줄·298
지구의 날에·300
천지는 비정하다·302
게으름 예찬·304
공평한 자산·306
비밀이 없는 사람·308
오동·310
친구·312
사람과 짐승의 차이·313
흑즉시공(黑卽是空)·315
평화 그리고 통일·318
창조론 진화론·320
최고의 순간·321
드들강·322
더 많은 시간을·323
사분지일·324
철저한 죽음·326
영웅 존 글렌·327
변화와 개혁·329
몹쓸 세대 차이·331
내가 없으면·333
시냇물이 흘러 쌓이며·334
저자소개
책속에서
의문부호 ‘?’와 감탄부호 ‘!’를 조합한 ‘?!’을 인터러뱅(Interrobang)이라고 한다. 의심과 놀라움, 분노와 연민, 환희와 두려움, 사랑과 배신이 교차하고 혼재된 감정을 나타내고자 억지로 조합해 낸 부호다. (...) 내 일생은 의문부호투성이였다. 불가사의였다 ?! - 의문부호의 구부러진 허리를 반듯이 펴면 드디어 감탄부호가 될 것 같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구부러진 것은 결코 퍼지지 않을 것이며 몽둥이는 구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 「인터러뱅」
한 그루 나무나 한 포기 풀이 생존을 위하여 터득한 지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 근래 관심을 끄는 것이 식물 상호 간의 타감작용(他減作用)이다. 이웃과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는 한계를 달리 극복하지 못하고, 소위 타감물질을 미량 생산하여 이웃의 생육을 정교하게 억제함으로써 양분과 햇볕과 공간을 유리하게 확보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니, 어찌 놀라운 지혜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식물 사회학자들은 이외에 식물에는 자신이 만들어낸 물질 때문에 오히려 해를 입는 자감작용(自減作用)이 작동하여 타감과 균형을 맞춘다는 것을 밝혀냈다.(...) 딤즈데일 목사가 숨을 거두자 더 이상 원수 갚을 일이 없어진 칠링워스가 곧 비참하게 눈을 감게 되었다는 『주홍글씨』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에서도 자감작용의 작동한다는 증좌가 아닌가.
나는 이제껏 타감과 자감이라는 위험한 강안(江岸) 사이를 항해하여 왔다. 잘난 체 하며 남을 겁박하고 고초를 끼치는 것은 타감의 스킬라(Scylla) 바위에 부딪혀 나 또한 난파당할 위험이 있었고, 그렇다고 기도 펴지 못하고 움츠린 채 생애를 헤엄치는 것은 자감의 카리브디스(Charybdis)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말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나의 뱃길은 두렵고 험난하였다.
- 「자감과 타감 사이에서」
나는 격물의 지경에 피어 있는 대지의 꽃을 본다. 생명과 비생명에 구속되지 아니하는 강인하고 높은 자유로써 대지의 꽃을 바라본다.
살아있음이 자유이며 가치다.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 무엇인가. 영원한 살림의 지경까지 인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지의 자유를 간구하고 있는 나는 과연 살아있는가.
가난과 실패와 추악함과 고통과 거짓과 질병과 상황 속에 내 삶은 처박혀 있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들까지 보듬고 쓰러지려는 자유, 이것이 나의 자유였다.
내가 두 발로 대지를 딛고 서 있는 한 세계는 존재한다.
- 「자유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