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2708180
· 쪽수 : 404쪽
목차
1권
1장~14장
2권
15장~9장
3권
30장~40장
책속에서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교치용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이때 교치용의 입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 조 객주! 형님이 정말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제가 집안일을 맡겠습니다. 저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형님과 형수님이 절 키워주셨으니, 제 목숨은 형님과 형수님이 주신 겁니다. 형님이 저더러 죽으라하면 전 죽음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하물며 가업을 잇는 일이 대수겠습니까?"
"도련님, 정말 그리 결정하신 겁니까?"
조씨는 칼로 가슴을 에는 듯한 고통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교씨 가문이 정녕 망할 처지에 놓여 있다면 전 몸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을 것입니다. 또한 형수님과 경태가 길거리에 내몰리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형수님은 안심하십시오!"
조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양심의 가책도 느껴졌다. 어느새 교치용의 마음속에는 다부진 결의가 솟구쳤다. - 1권 본문 149~150쪽에서
"만일 제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나리는 교가의 가업을 물려받은 첫날부터 줄곧 오늘을 꿈꿔왔을 것입니다. 사내대장부로서 원수를 졌으면 당연히 복수해야 하고, 은혜를 입었으면 보답할 줄 알아야겠지요. 마침내 나리는 염원을 이루었고, 이제 달성창을 끝장낼 수 있게 되었소이다! 허나 나리, 이 길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소이까? 나리에게는 또 다른 선택이 있을 뿐 아니라 반드시 그 선택을 따라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교치용이기에 그리해야 합니다!"
"무재형, 교가와 달성창은 불구대천의 원수요. 산서 상권에서 절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사할 수 없단 말이오. 때문에 지금 기회가 왔을 때 달성창을 박살내는 것이 당연하거늘 나더러 달리 무슨 선택을 하란 말이오?"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달성창은 상인들 간에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함정을 파서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행동한다면, 결코 하늘을 우러러 떳떳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겝니다! 나리,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나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달성창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회생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 귀감으로 삼아 상인들 간의 질서를 회복하고 신용제일의 상도를 확립시켜서 어느 누구도 그 원칙을 어기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일입니다!" - 2권 본문 17~18쪽에서
"천하에 어음을 유통시키려는 내 꿈 때문에 이렇게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거라면 내가 어찌 후회를 하겠소? 천하에 어음을 유통시키지 못하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상품들을 원활하게 유통시킬 수 없소이다. 그리되면 상업이 번성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론 청나라와 만백성들에게 불이익만 가져올 따름이오. 이렇듯 중요한 과업을 이룩하려다 내 한목숨 잃는 건데 내 어찌 후회하리까? 어쩌면 손형 말대로 그 일은 나 한 사람, 혹은 우리 한 세대만으로는 완성하기 힘든 꿈일 수도 있소. 그러나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난 기쁜 마음으로 희생양이 되겠소! 내가 이생에서 이루지 못한 꿈은 누군가가 계승하여 이루어줄 거라 굳게 믿소.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죽는 거요. 중요한 건 살아 있는 동안 만백성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이오. 난 이대로 죽는다 해도 껄껄거리고 웃으며 형장으로 걸어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오. 난 한평생 살아오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으며, 천하의 만백성 앞에서도 떳떳하다고 말이오. 난 내 꿈을 위해, 천하 만백성의 미래를 위해 죽는 것이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죽음이요. 이러할진대 내가 후회하겠소이까?" - 3권 본문 190~19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