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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84455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1-03-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달이 밝소. 이런 밤이었을 거요.
산들바람이 나뭇가지에 살며시 키스하며
소리 없이 스쳐 가던 밤. 이런 밤이었을 거요.
트로일러스 왕자가 트로이의 성벽 위에 올라가
크레시다가 잠들어 있는 그리스 군 진영을 바라보고
땅이 꺼져라 영혼의 시름에 겨워 탄식을 토하던 밤.?
달빛 아래를 걷는 동안 브렛이 이 구절을 나에게 읊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가 다음 구절을 노래할 텐데.
이런 밤이었을 거예요.
바빌론의 미인 티스베가 가슴 졸이며 이슬을 밟고
애인에게로 다가갔지만 애인을 보기도 전에
사자 그림자에 혼비백산해 도망친 때도
브렛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길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다. 빛나는 달밤에 제시카와 로렌조 사이에 있었던 것과 같은 친밀감이 우리 둘 사이에도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브렛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지도 않았을 뿐더러 만약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모두 알고 소네트를 다 외웠다 할지라도 그 순간 불후의 명시를 인용할 만한 기분도 아니었을 것이다. 브렛의 팔이 갑자기 나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널 너무 사랑해, 나의 귀여운 줄리, 나의 달콤한 사탕…….”
그날 밤에 브렛은 고급 레스토랑의 달콤하다는 디저트란 디저트는 모두 다 들먹일 것 같았다. 평소에 나는 그런 종류의 애칭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에는 거부하지 않았다.
“이모, 이건 기적이에요. 인생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어젯밤까지만 해도 브렛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잤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브렛에게서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에요. 이제 더 이상 브렛이 생각나지 않아요. 모두 잊었어요.”
이모가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확실했다. 그래도 이모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다고 변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요…….”
이모는 토스트 바구니를 내게 건네며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인용하였다.
이모의 기분이 즐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모는 기분이 좋을 때 셰익스피어를 인용하기 때문이다.
이모와 함께 앉아 먹는 아침 식사가 그때처럼 맛있었던 적은 없었다.
“이모, 앞으로 이런 라즈베리를 또 먹게 될 날이 있겠죠. 이렇게 싱싱하고, 이슬 맺힌 라즈베리를 말이에요. 그럼 나는 생각하겠죠. ‘이상하네. 오래전에 그토록 기쁨에 젖어 먹었던 맛이랑 다르잖아?’ 그리고 나 자신에게 속삭이겠죠. ‘물론 다르지. 그때는 숲을 내다볼 수 있는 햇살 가득한 부엌과, 2층에는 아침을 맞는 아름다운 내 방이 있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인용하는 이모가 있고, 무엇보다도 기적을 경험한 열여섯 살의 소녀가 있던 때였으니까.’ 이모, 결코 같을 수 없어요. 그렇죠? 이렇게 달콤한 라즈베리는 다시는 먹지 못할 거예요.”
이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