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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84463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1-08-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오고 있다!
나는 더욱 힘을 내어 언덕을 올랐다. 하지만 빗물에 흠뻑 젖은 옷은 점점 무거워져 갔고 거센 빗방울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나는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썩은 나뭇잎들이 쌓인 바닥은 푹 젖어서 더욱 미끄러웠다. 허벅지가 화끈거리기 시작했고 뜨거워진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잠시 걸음을 멈춰 숨을 돌리고 싶었지만 나를 쫓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가까웠다. 너무나 가까웠다.
내 머리 바로 위에 있던 바나나 나뭇잎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튀어 올랐다. 곧이어 총알 하나가 내 옆에 있는 야자수 나무에 박혔다. 나는 또다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이번에는 비명소리가 목구멍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의 진동이 땅을 통해 내게로 전해졌다.
지난 사흘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절대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스에게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말했을 것이다. 비앙카를 보호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의 얼굴을 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을 것이다.
“난 괜찮아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달린 언니가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비앙카는 익사한 거야. 수영복 상의가…….”
달린 언니가 손을 목까지 들어 올렸다.
“네, 알아요. 수영복 끈이요.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나는 비앙카의 수영복 끈을 풀 때 비앙카의 몸이 유난히 차가웠던 것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수영복 끈은 프랭크 아저씨가 했던 말처럼 엉켜 있었던 게 아니라 단단히 묶여 있었다. 뭔가에 걸렸을 수는 있지만 분명 파도는 아니었다. 끈 그리고 해안에 누워 있던 자세……. 앞뒤가 맞지 않았다.
“무슨 말이니?”
“그러니까 내 말은 누군가가…….”
달린 언니가 내 말을 막았다.
“애프라, 네가 혼란스러운 건 알겠는데…….”
“혼란스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뭔가 이상하다고요. 수영복 끈이…….”
“애프라, 그만해.”
“하지만 말이 되질…….”
달린 언니가 다시 내 말을 막았다.
“죽은 사람도 존중받아야 해. 이제 그만 잊자.”
나는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닫힌 사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존중, ‘죽은 사람’은 존중이 아니라 살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절대 그냥 잊어버리지는 않으리라 결심했다. 비앙카가 죽은 건 나 때문이니까. 누군가 비앙카를 죽였다면 내가 반드시 범인을 밝혀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