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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세계의 종교 > 정교회
· ISBN : 9788992941679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저자 약력
시작하는 말
제1부
베짜타 못 가의 병자 치료
의학의 오류로 밝혀졌을 때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기적
가치 없는 삶이 존재할까?
불ㅤㅇㅢㅇ서 구원으로
나의 하느님, 왜 저에게?
고통의 ‘축복’
제2부
떠나는 이 곁에서
천사들은 어디로 가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라마티코의 블랙 마운틴
십자가의 수난을 겪은 뒤 슬픔 없는 영원으로 떠나는 영혼의 여정
알려지지 않은 한 성인의 안식
맺음말을 대신하여
책속에서
베짜타 못 가의 광경은 참혹하고 거부감을 일으킨다.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진다. 천사는 “이따금” 조용히 내려와 물을 휘젓고 “첫 번째” 병자만이 치유된다. 기적은 여기서 끝이 난다. 하느님의 자비는 그만큼일 뿐이다. 생각과 논리의 비극이 여기서 시작된다. 엄청난 고통, 설명이 되지 않는 불의, 답변 없는 질문들이 터져 나온다. 하느님의 자비는 미미하다. 오직 한 사람, 첫 번째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어떻게 이것을 우리의 이성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분의 정의, 그분의 겸손을 어떻게 논할 수가 있으며, 그분의 현존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그분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느님께서는 지금은 부재하시고 언젠가 어딘가에서 오시는 분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현존하시고 계시는 분이다. 복음사가들과 우리의 교부들이 “나타나시다” “숨은 곳에서 나오시다” “우리에게 드러내시다”와 같은 표현을 애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볼 수 있는 자에게 나타나신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나타나시는 하느님을 알아보려면,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의 순간과 우리의 순수하고 깨어 있는 마음이 잘 만나야 한다.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철저하게 버림받았다고 느끼셨던 그 순간이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현존하신 순간이었다. 하느님의 섭리의 사역이 성취되던 순간에 하느님께서 부재하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시련을 겪을 때, 유혹에 시달릴 때,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아주 강렬할 때 오히려 하느님의 현존은 분명하고 완전하다. 우리의 구원에 있어 하느님의 부재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세상이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때 우리는 하느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잃게 될 건강을 얻거나 또 언젠가는 끝나게 될 우리의 삶을 위협에서 구하시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풍성하게 베푸시는 축복에 대해, 즉 구원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고 그 일원이 되어 우리의 하느님과 구세주를 “얼굴을 맞대고” 뵐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