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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038101
· 쪽수 : 239쪽
· 출판일 : 2007-12-20
책 소개
목차
금
H
튜닝
평일
숲의 기억
타락
섬
마른 강
해설 - 가족과 도시를 보는 시선 / 김창수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이 들을 아이의 할미가 사는 아현동 시댁 앞 골목에 뿌리치고 도망치듯 떠나온 지가 십 년이 넘었다. 큰아이가 여덟 살 때였으니 정확히 말하면 십삼 년 하고도 반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사뭇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외롭고 화나는 날들이었을 것이다. 여자에게도 그 시간은 참으로 길고 긴 어둠이었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여자의 주변이 온통 암흑이었다. 빛이나 출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다만 죽음이 두려워 오래도록 온몸을 떨던 기억뿐이다. 그건 끝이 없는 형벌이고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까마득한 미궁 속이 분명했다. - '금의 서두' 중에서
막다른 곳까지 이른 삶, 깊고 검은 땅속 막장도 그렇게 돼지고기의 번들한 기름기로 시원히 뚫려야 했을 터인데... 이태 뒤이던가, 갱도가 무너져 아버지는 끝내 그곳에서 호흡을 멈췄다. 사흘간 마을 전체가 아우성이었다. 아니, 나라가 떠들썩했다. 어머니는 보상금으로 땅을 사지 않았다. 물론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몇 해 뒤 사북 역전에 주점을 차렸었고 누군가와 눈이 맞아 떠났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까닭도 없이 몸이 아팠다. 수시로 어지러웠고 가슴이 답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깊은 수심이 더없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얼마 후, 두 분은 거짓말처럼 거의 동시에 내 곁을 떠났다. 고모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는 쉽게 큰일을 치렀다. 마을 뒷산 아버지의 무덤 옆에 두 분의 합장묘가 새로 생겼다. - '숲의 기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