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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5753095
· 쪽수 : 365쪽
· 출판일 : 2007-12-15
책 소개
목차
천천히 가끔은 넘어져 가면서 - 이상락
만행 - 유영갑
오, 해피 데이 - 홍새라
굴렁쇠 - 이해선
익모초 - 최경주
항구 - 조혁신
엄마의 요강 - 홍명진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 유시연
돌 북소리 - 안종수
절연구간 건너기 - 김경은
마른 강 - 홍인기
해설 : 변화하는 현실과 소설의 눈 / 황광수
작가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내에게 구출되던 날 술을 마시고 무작정 바다를 향해 걸어간 일은 취기였을까. ...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은 굳어지는 것 같았다. 잠이 쏟아졌다. 졸음에 빠지지 않으려 발을 구르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때 개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있는 힘껏 소리쳤으나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만 내놓은 그림자가 장갑 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긴장이 풀리며 주저앉아버렸다. 잠시 정신을 놓은 것도 같았다. 아네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개들의 울부짖음이 밤의 어둠을 가르며 퍼져갔다. 그는 안도의 숨을 쉬며 그녀의 옆자리에 웅크린 채 머리를 담요에 파묻었다. 그녀에게서 그을음 냄새와 나무 냄새가 훅 끼쳐왔다.
"죽기로 작정했어요?"
어디선가 환청처럼 그 말이 들려왔다.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는 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보았다. 청회색 하늘과, 그 하늘빛을 닮은 희뿌연 설원, 거뭇거뭇한 잡초무더기와 지평선 끝에서 날아오르는 새들, 그는 차츰 동공이 회색빛으로 얼어붙는 환영에 사로잡혔다. 그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러나 바람소리만이 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죽기로 작정했어요?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눈을 감았다.
- 유시연,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