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교육 에세이
· ISBN : 978899314381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01-1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메이데이, 메이데이!
엄마, 나 장애인이야?
나 처음 봤을 때 얘기 좀 해줘
장애가 있을지도 몰라요
아이가 뭘 할 수 있나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더 강한 자가 옳다고?
레오가 떠나는 수밖에
아빠 머리카락 어딨어?
현실을 고려해야 해요
뇌전도 검사는 받아보셨어요?
다윈에게 안부를 전하다
동물들도 학교에 가야 해?
꿈의 나라로 이사할 거야
사자들이 떠났다!
조심해, 내 침은 위험하니까
기적의 치료법을 찾아서
천사들이 칭얼거리면
난 세상을 살기에 너무 멍청해?
같이 놀 아이들이 있으면 좋겠어!
성난 얼굴로 쳐다보지 마
내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나도 할 수 있는 게 많아
장애가 뭐야?
절름발이 사자의 전설
우리가 함께 갈게요
다윈이 살아있다면
리뷰
책속에서
그때 내 안에 있던 생물학자가 다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 만일 장애를 안고 태어난 새끼사자가 있다면, 그 사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 절름발이 새끼사자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나운 하이에나의 눈에 띄자마자 잡아먹히게 될까? 혹시 굶주린 우두머리 사자가 분노하여 휘두르는 발길질에 희생자가 되는 건 아닐까?
기적처럼 두 살까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절름발이 사자는 이제 가족의 무리를 떠나야 한다. 앞으로 어떤 운명이 그 사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디서든 자기와 연합할 수 있을 다른 젊은 사자들을 만나게 될까? 그 사자는 어느 전투부대에서 이 사자를 받아줄까? 아니면 녀석은 고독한 패배자가 되어 사바나를 배회하며 들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까?
질문에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그 새끼사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자들이 사냥을 떠나고 없을 때, 나이 많은 이모가 그 녀석을 정성을 다해 지켜줄지도 모른다. 또 함정에 빠져 하이에나의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마침 그 하이에나가 채식주의라서 녀석을 놓아주게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우두머리를 잘 만난 덕분에 사냥한 고기를 분배할 때 앞발로 얻어맞는 대신, 제 몫을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절름발이 젊은 사자에게 마음씨 좋은 배다른 형제가 하나 또는 둘이 있어 형제들과 함께 가족을 떠나 사냥터를 떠돌 수도 있다.
자연에서도 기적은 일어나는 법이다.
- <사자들이 떠났다> 중에서
그보다 2년 전, 레오를 학교에 데리고 가면서 있었던 일이다. 레오는 여느 때처럼 시든 채소 마냥 축 늘어져서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걸었고, 난 차가운 땀으로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그날도 지각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레오는 마치 새 편자를 시험하는 말처럼 발로 땅바닥을 굴렀다. 발의 감각을 느끼지 못해서 저러나?
“왜 그렇게 발을 구르는 거야?” 발을 구를 때마다 내가 화를 내며 물었다. 시종일관 내 질문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레오가 마침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엄마, 내가 걸을 수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아이의 대꾸에 난 크게 웃고 말았다. 어쩌면 당황한 속내를 숨기려고 그랬을 것이다. 1학년짜리 아들에게 내 잘못을 지적당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레오의 반응은 내 능력 위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이었고, 잠시 숨을 고르고 깊이 생각해보라는 당부였다.
- <성난 얼굴로 쳐다보지 마> 중에서
우리가 버스에 앉아있을 때였다. 레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엄마, 나치는 장애인을 어떻게 했어?”
이제는 독일 역사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레오의 삶과 연결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남편과 난 그 사실에 대해서는 신경 써서 입을 다물었는데 말이다.
그다음 며칠 동안 레오는 다시 다른 반 아이들과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레오 말로는, 그 아이들이 자기를 따돌리고 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난 아이에게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난 그 아이들을 알지 못했고, 자세한 내막도 몰랐기 때문이다.
끝에 가서 레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날 놀라게 했다.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장애가 있어, 그치?”
“그래.” 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잘할 수 없는 게 있어.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게 있고.”
- <장애가 뭐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