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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사회학(STS)
· ISBN : 9788993166361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1-09-15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7
서문 11
01 무대장치 만들기 15
02 로버트 앤드류 밀리컨 사건에 대하여 53
03 생물학에서 들려온 나쁜 소식 83
04 부정행위 정의하기 95
05 상온핵융합 연대기 111
06 물리학에서의 사기 149
07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았던 획기적 발견 167
08 교훈은 무엇인가? 193 부록 연구 부정행위에 관한 칼텍의 방침 204
감사의 글 218
옮긴이의 글 220
해설 연구 부정행위와 연구 윤리 논의의 동향 ? 박진희 224
미주 241
색인 247
책속에서
과학 윤리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짐과 나는 적당한 교과서가 없다는 사실을 자주 아쉬워했다. 특히나 우리는 이런 수업이 가공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 사건의 역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건 당사자가 대중적으로 혐의를 벗은 사례의 자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실제로 과학 사기가 자행되었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이것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기밀을 유지하여 죄가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사다난하면서도 영세한 이 분야는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가공의 사례들을 제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러나 그런 시나리오는 아무리 가치 있고 선의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사례를 직접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실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이 분야의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는 이제 악명 높은 문장이 등장한다. “누차 언급하는 바, 이것은 일부 선택된 기름방울이 아니라 60일 내내 실험된 모든 기름방울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난받을 만한 구절은 전하량을 단위로 삼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스토크스 법칙에 대한 보정이 옳다는 점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밀리컨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기름 58방울 각각은, 스토크스의 법칙을 보정하기 위해 내가 만든 공식을 확증해준다”고 말한다. 비록 이 구절이 133쪽에서 기름 58방울에 대해 언급한 이후 다섯 쪽 뒤에 나오지만, 그 중간 쪽들에는 표와 그래프가 실려 있다. 밀리컨이 타자기로 쓴 처음 원고(우리가 알고 있는 한 이 원고는 남아 있지 않다)에서는 이 문장이 기름방울 숫자를 언급한 바로 다음에 등장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밀리컨의 대사들을 맥락에 맞게 꼼꼼하게 읽어보면, 과학 부정행위의 증거로서 이 문장들이 갖는 중요성은 대폭 적어진다.
상온핵융합은 버림받은 분야였고 과학 연구 주류에서 내팽개쳐져 있었다. 이 분야의 참여자들과 ‘점잖은’ 과학 사이에는 실제 아무런 소통도 없었다. 상온핵융합 논문들은 동료심사 절차를 밟는 과학저널에는 거의 실리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이 요구하는 표준적이고 엄격한 조사를 받지 않았다. 또한 상온핵융합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주류 과학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실험과 이론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의 연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는 외부 학자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들 내부의 자체적인 비판이 외부인들에게 자신들의 연구를 평가절하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