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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214123
· 쪽수 : 99쪽
· 출판일 : 2009-05-20
책 소개
목차
가을정원에서 / 김경덕
똥 / 남정덕
선착장에서 / 손성미
그리움도 이제는 / 이신남
탈곡 / 이용균
[작품해설]_장윤익/문학평론가 동리목월문학관 관장
저자소개
책속에서
탈곡
이용균
벼의
영혼은 털려나가고
생기가 빠져나간 어둔 뼈들이
고단한 듯, 들판에 팽개쳐져 있다
두들겨 맞을수록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보록한 참회의 변명들
이제 아무 욕심 없이 살겠단다
알갱이 한 톨
쭉정이 한 톨
제 몸에 간직하지 않으리라 한다
나는 더 두들겨 맞아야겠다
욕정의 숭어리가 한껏 다보록하다
가을정원에서
김경덕
참으로 오랜만에 정원에 나왔더니 나무의자 두 개가 자빠진 체 서로 팔을 꼬고 있다
꼭 애기를 만들고 있는 신혼부부처럼, 끈적끈적하다
하나는 하늘을 보고 하나는 땅을 본다
사람은 죽으면 하늘로 가야 할까, 땅으로 가야 할까
작은 나뭇가지에도 강물이 흐른다는 걸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는 바람이
작은 나뭇가지에서 놀다가 떠나면서 일러주는데
잘 여문 낱곡도 슬프다는 것과
흐르는 것은 모두
슬프다는 것을
선착장에서
손성미
멈춤 끝,
까치발로 서서 떨고 있는 낡은 깃발
겨울 바다보다 차갑다
머리 위를 맴도는 갈매기의 유혹,
오며 가며 수작 걸던 칼바람이 못내 무안하다
언제쯤이면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한쪽 귀퉁이 부식腐蝕되어 녹아내린 지 제법 긴 시간
이제 그런 통증쯤은 견딜 수 있지만
기약 없이 접혀진 꿈,
만선滿船앞에 처참하다
지난밤에도 등대 불빛 쫓아 꼴딱 지샜건만
행여 먼 바다 나갈 수 있을까 잠시도 졸지 못하는
눈부신 아침, 폐선廢船 머리에 떠오르는 태양
오늘도 하염없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