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25592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2-03-29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제1부 1979
그날의 페이소스
피곤한 카터 씨
갈등
파국
마지막 시월의 여정
제2부 박정희가 말하는 박정희
환영받지 못한 생명
나의 가족
유년 시절의 빛과 그림자
완장을 찬 악바리
아버지의 그늘
광복, 그리고 전쟁
미친 사랑의 노래
나의 운명
고해성사
참고 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꿈도, 가야 할 길도 있다. 핵도 미완이고, 헌법 개정도 미완이고, 민주주의는 싹을 틔울 기미조차 아직은 없다. 내가 의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있었음이다.
나는 독재자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독재자라 부른다. 나의 정적들, 기상이 있는 지식인들, 때 묻지 않은 풋풋한 학생들이 그렇게 불렀다. 나는 독재자다. 하지만 난 이런 오명이 그리 역겹지 않다. 이 오명을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여기진 않아도 묵묵히 살아온 뜨거운 내 삶의 징표라 생각한다.
국가의 무능함으로 소시민의 꿈과 희망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일을 할 때는 공리공담(空理空談)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오로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힘써야 할 뿐이다. 이것이 국가가 무능과 무력함에 빠지지 않는 길이요, 무고한 시민이 나와 같은 변절자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는 길이다. 또 이것이 올바른 정치의 철학이며 눈 밝은 정치가 가야 할 바른 길이다.
나는 소탈했고 각료들과 나는 몹시 친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와 친밀했던 그들조차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나에게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빠끔한 눈으로 나를 은밀히 훔쳐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이곤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 범접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내 말과 생각이 곧 법이었다. 이것은 단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발로 걷고 있었지만 절름발이였고 두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외눈박이였다. 이것은 나 개인의 불행이자 내 조국의 불행이기도 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나의 완고함과 철저함이 부른 결과였다. 뼈아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