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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3255829
· 쪽수 : 576쪽
· 출판일 : 2011-10-20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주유천하
여명의 시대
출사
하늘이 열리다
경연
이이와 임금
산다는 것
분열의 서막
석담 이야기
폭풍 속으로 걸어가다
희망의 밀알이 되다
별의 전설이 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임금은 이날 처음 면전에서 이이를 보았다. 그는 자그마하고 마른 체구에 꾀죄죄해 보이기까지 한 볼품없는 행색의 이이에게 끌렸다. 이이는 눈이 맑았고, 목소리가 단정했다. 게다가 누구나 욕심을 내는 홍문관 교리의 자리를 효심 때문에 포기하려 하는 그 마음조차 임금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임금은 권력과 힘 앞에 추해지는 인간의 군상을 수없이 보아왔었다. 이이에게는 분명히 자신이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전하께서 치세(治世)에 성심을 다하신다면, 평범한 필부가 전하께 말씀을 올린다 해도 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께서 그럭저럭 지내시면서 뜻도 없이 형식 갖추기만 일삼는다면, 『공자』 『맹자』를 품에 끼고 살면서 그들이 날마다 좋은 말씀을 올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이는 말을 마치고 대죄를 청하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임금은 이이의 질책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의 뽀얀 이마에 이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붉은 입술이 씰룩거렸다. 이이가 첫 강의에서 날린 직격탄에 홍당무가 된 용안의 당혹감은 가실 줄을 몰랐다.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숙연해졌다.
임금은 이이를 사랑하면서 미워했고,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그를 자신의 이상적인 인물로 동경하고 흠모했다. 그를 보고 있으면 행복했고 태산준봉 같은 위엄에 경탄하다가 그 위엄에 압도당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서글퍼지기도 했다. 이이를 바라보는 임금의 감정은 너무나 미묘하고 복잡해서 일곱 빛깔 무지개보다 다채로웠고, 임금 스스로도 이이에 대한 자신의 복잡한 감정이 대체 어떤 것인지 뚜렷이 알지 못했다. 다만 임금은 이이의 사직 요구가 무척 꺼림칙했다. 그가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