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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342109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08-11-20
책 소개
목차
저자서문
그대, 서글픈 인어공주여!
깊이 묻힌 시간을 캐면서
구두닦이 형제 이야기
남부 이탈리아의 추억
브래지어 이야기
개망초
사과나무
봄의 편린들
석류꽃 피었다 지고
장미의 늪
욕망의 대가 : 터키 지하궁전에서
거미를 위한 변명
절박했던 사랑 하나 기억하며
바람의 색채
여자의 작고 빛나는 수첩에서
사랑의 기억
박꽃
샘물을 찾아서
치명적인 여인 미실
콘돔 이야기
안개와 나미
안개와의 통정
오라, 어서 그대 오라
다섯 개의 우산으로 남는 여자
연어와 은어
황홀한 실신
눈과 연와 인연
썰물에도 배를 띄운다
쿠마의 무녀
폭설
뭉크를 보며
돌아보면 인생은 아름답다
본처와 첩이란 이름의 벼랑
여자 팔자
자전거 여행
마지막 여행
신생아실 앞에서
자궁적출수술
혼자라는 건
처녀와 야자열매
기다림의 등불 하나
목
혼몽한 꿈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자는 눈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면서 신발에게 미안해졌다. ‘이 길의 끝에 구두 수선점이 있다면 밑창부터 갈아야지.’ 여자는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그 길의 끝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구두 수선점을 찾지도 않았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눈길 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닳아버린 구두 밑창을 깨달았을 때처럼 인생을 걷는 동안 절실했던 인연 하나 있었다면 그 길의 끝에서 여자는 인생의 구두 수선점을 찾았을까? - '눈과 연과 인연' 중에서
전원이 들어가 있지 않은 휴대폰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하는 여자. 휴대폰 속의 여자가 가엾어진다. 휴대폰 속의 여자를 가엾어 하는 내가 마치 정전이 되자, “얘야 빨리 촛불 켜라. 연속극 한참 재미있는데 전깃불이 나가서 텔레비전을 못 본다.”라고 고함을 지르는 우스갯소리 속의 노파 같다. - '혼자라는 건' 중에서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라도 더 가늘고 길게 보이기 위해서 늘 목을 드러낸 옷만 입어왔다. 목이 춥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목이 갑갑해서.”라고 대답하면서도 목이 추웠다. 그러나 추운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목이 길지 않아 매력 없이 보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머플러로 목을 둘둘 감고 있는 나를 갑자기 발견했듯이, 뜨뜻한 온돌에 등을 눕히면서 “아이, 시원해.”라고 만족에 겨운 신음을 뱉어낼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 겨울이 깊어지기도 전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계절보다도 몸이 더 먼저 추위를 타는 것은 아닐까? 뼈마디 마디에 얼음이 박힌 듯 시려오면 나는 이미 늙어 있겠지. - '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