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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루치의 낙담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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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루치의 낙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저 하루치의 낙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08794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12-17

책 소개

전직 기자로서의 회한, 인간으로서의 비애, 시민으로서의 윤리가 교차하는 내면의 기록이다. 언론이라는 현장을 떠나 삶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간 그는 속보도 마감도 독촉도 없는 무용한 시간 속에서 낙담과 희망, 욕망과 윤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끝내 떨치지 못한 화두들을 마주한다.

목차

프롤로그 | 도망치기, 숨기, 낙담하기

1부 | 기자라서 좋았고, 기자여서 슬펐다

찰리 스키너 국장을 기리며
우리가 우직했던 순간들
하지 않은 일들, 하지 않은 말들
언니들의 어깨
우리가 멀어져갈 때

2부 | 내 슬픔의 레퍼런스

슬픔 수집가
내가 가여울 땐 「엘리제를 위하여」
용기의 장르들
기타교습소에서 배운 것
투 머치 러브

3부 | 타인에 대한 예의

고통의 속지주의
올드머니와 위대한 유산
타인의 불행에 대한 예의
클로저
웃을 일이 아니다

4부 | 숭고를 향하는 인간들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
헤밍웨이의 트렁크
지긋지긋한 것은 힘이 세다
목욕하는 인간

에필로그 | 최초의 혀

주
참고자료

저자소개

박선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0년대 대학을 다니며 X세대로 불렸다. 호황에나 불황에나 돈은 안 되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걸로도 모자라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어린 시절 신문을 폐품으로 가져오는 아이들의 ‘있어빌리티’를 부러워하며 신문에 대한 흠모의 정을 키웠던 때문일까. 글 쓰는 직장인으로 가장 흔한 기자가 되어 《한국일보》에서 근무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주로 문화부와 사회부, 기획취재부에서 일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헉헉대며 쫓아다니다 “세상을 나의 속도로 작지만 깊게,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17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마감도 독촉도 없는 무용한 시간 속에서 세상에 아무 소음도 보태지 않고 기타와 철학, 꽃꽂이를 배우면서도 늘 쓰는 사람으로 지내왔다. 쓴 책으로 칼럼집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와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공저)가 있으며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를 공동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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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낙담: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몹시 상함.’ 떨어질 落에 쓸개 膽을 쓴다. 쓸개가 떨어지는 기분. 사막의 낙타가 흘리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어떤 뜨듯하고 축축한 액상의 정서가 이 단어에는 배어 있다. [낙땀]. 비슷한 뜻을 지닌 그 모든 단어들 중에서 낙담이야말로 가장 사랑스럽고 대견한 단어다. 시무룩한 얼굴과 축 처진 어깨, 저무는 석양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고개를 한 채, 떨어진 쓸개를 주워담으며 하는 말. 에이, 다시 한번 해보자. 쓸개를 떨어뜨린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단어에서 풍기는 한시성은 마음껏 낙담하도록 거대한 자유를 준다. 작은 일을 도모하며 작게 실패한 사람이 금세 딛고 일어나 다시 이뤄낼 그 작은 무언가를, 낙담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상상한다. [……] 나는 절망하지도 않았고, 비관하지도 않았고, 체념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을 하고, 다음 날이면 다시 하루치의 작은 기대를 품으며 사소하고 한심한 일들을 계속한다.


회한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잘해낼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정말 이 말 많은 세계에 질려버렸으니까. 그런데 「뉴스룸」 시즌 2의 시그널이 나오는 인트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클로즈업된 어느 기자의 손이 형광펜으로 조간신문에 슥슥슥 줄을 치는 찰나의 장면. 피트니스 센터의 사이클 위에 앉아 그 장면을 돌리고 또 돌려 봤다. 남들은 무슨 기사를 썼나, 혹시 물먹은 건 없나(역시 있군!) 출근하자마자 조간신문들을 펼쳐놓고 빠르게 읽어내던 시간. 손가락으로 행갈이를 하면서 미간을 찌푸리던 시간들이 내게도 있었지. 세상의 급류에 몸을 담그고 바짝 긴장한 채 물살을 가르며 헤쳐나가던 그 시간. 이제는 내게 없을 그 시간.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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