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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408794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12-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도망치기, 숨기, 낙담하기
1부 | 기자라서 좋았고, 기자여서 슬펐다
찰리 스키너 국장을 기리며
우리가 우직했던 순간들
하지 않은 일들, 하지 않은 말들
언니들의 어깨
우리가 멀어져갈 때
2부 | 내 슬픔의 레퍼런스
슬픔 수집가
내가 가여울 땐 「엘리제를 위하여」
용기의 장르들
기타교습소에서 배운 것
투 머치 러브
3부 | 타인에 대한 예의
고통의 속지주의
올드머니와 위대한 유산
타인의 불행에 대한 예의
클로저
웃을 일이 아니다
4부 | 숭고를 향하는 인간들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
헤밍웨이의 트렁크
지긋지긋한 것은 힘이 세다
목욕하는 인간
에필로그 | 최초의 혀
주
참고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낙담: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몹시 상함.’ 떨어질 落에 쓸개 膽을 쓴다. 쓸개가 떨어지는 기분. 사막의 낙타가 흘리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어떤 뜨듯하고 축축한 액상의 정서가 이 단어에는 배어 있다. [낙땀]. 비슷한 뜻을 지닌 그 모든 단어들 중에서 낙담이야말로 가장 사랑스럽고 대견한 단어다. 시무룩한 얼굴과 축 처진 어깨, 저무는 석양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고개를 한 채, 떨어진 쓸개를 주워담으며 하는 말. 에이, 다시 한번 해보자. 쓸개를 떨어뜨린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단어에서 풍기는 한시성은 마음껏 낙담하도록 거대한 자유를 준다. 작은 일을 도모하며 작게 실패한 사람이 금세 딛고 일어나 다시 이뤄낼 그 작은 무언가를, 낙담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상상한다. [……] 나는 절망하지도 않았고, 비관하지도 않았고, 체념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을 하고, 다음 날이면 다시 하루치의 작은 기대를 품으며 사소하고 한심한 일들을 계속한다.
회한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잘해낼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정말 이 말 많은 세계에 질려버렸으니까. 그런데 「뉴스룸」 시즌 2의 시그널이 나오는 인트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클로즈업된 어느 기자의 손이 형광펜으로 조간신문에 슥슥슥 줄을 치는 찰나의 장면. 피트니스 센터의 사이클 위에 앉아 그 장면을 돌리고 또 돌려 봤다. 남들은 무슨 기사를 썼나, 혹시 물먹은 건 없나(역시 있군!) 출근하자마자 조간신문들을 펼쳐놓고 빠르게 읽어내던 시간. 손가락으로 행갈이를 하면서 미간을 찌푸리던 시간들이 내게도 있었지. 세상의 급류에 몸을 담그고 바짝 긴장한 채 물살을 가르며 헤쳐나가던 그 시간. 이제는 내게 없을 그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