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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342147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09-04-01
책 소개
목차
1부
2부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어둠 속에 가려진 소리를 발견했다. 텅 빈 마음을 위로를 하듯 그녀의 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소리야, 언제 와 있었어?”
“응. 조금 전에.”
“시간이 지나게 되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은 믿을 수 없는 이별에 슬프겠지만, 좋은 사람 만나게 되면 모두 다 잊혀질 거야.”
“같이 살 때는 귀찮게만 느껴졌던 것이 그동안 쌓여 있던 추억들이 너무 힘들게 만들어, 길수야.”
“난 잘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그래, 너. 대학 때 내 뒤꽁무니만 쫓아 다녔잖아. 그때 나한테 잘 해 주었던 거 지금 갚을게.”
그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아픔이 자신에게로 옮겨지길 바라지만, 그 누구도 상처는 대신해 줄 수 없었다.
“소리야, 독감에 걸렸다고 생각해. 며칠 동안 온몸이 다 아프고 열병을 앓고 나면 씻은 듯이 나을 거야.”
“모르겠어. 내 옆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모두들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난 세상 한가운데 버려진 것 같아.”
“소리야,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거야. 내가 네 옆에 있어 줄게. 울지 마.”
(본문 143~144쪽)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모자를 눌러 쓰고 거리로 나갔다. 진한 가을 향기가 옷깃을 스치면서 가슴 속 깊이 심어졌다. 텅 빈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진한 가을 향기는 처절하게 떨어져 있는 그를 쓰리게 했다. 그는 미소를 띠면서 아주 오랜만에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르게 하늘은 더욱 푸르고 맑아 보였다. 바닷물을 담아 놓은 것 같은 맑고 투명한 색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는 짧은 방황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침은 오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짧은 방황 속에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낡은 책을 꺼낸다. 책갈피 속에 숨어 있는 소리의 모습을 확인한 뒤 책을 덮었다.
(본문 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