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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489194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2-04-28
책 소개
목차
6 #00 프롤로그
9 #01 유난스러운 보라의 개강
28 #02 공감형 인간(Homo Empathicus)
51 #03 스펙(SPEC)이 아닌 스토리(STORY)
78 #04 작지만 큰 변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101 #05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다.
126 #06 백조가 오리와 살아가는 방법.
144 #07 찰나의 용기.
151 #08 1년 후
155 #00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 프롤로그
이 책은 2008년 3월 3일,
대학교 1학년 월요일 아침 10시 ‘문화와 상상력’이라는 수업에서 시작합니다. 멋도 모르고 들었던 첫 수업의 설렘과 긴장을 기억해서인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수업내용이 오롯이 기억납니다. 아직은 수학공식이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에 익숙해서 세상을 배우는 수업이 재미있다가도 덜컥 무서워지던 설익은 우리에게 교수님은 수업내용으로 책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 주셨습니다. A4용지 한 장짜리 리포트에서도 버벅거리던 우리에게 얼마나 벅찬 과제였을까요? 사실 홍시처럼 익어서 물러터진 5학년인 지금 생각해도 막막하기만 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책 속의 보라처럼 당차서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를 패러디한 ‘독버섯 이야기’를 썼습니다. 한창 읽고 있던 책이 ‘쇼퍼홀릭’이라는 책이어서 문체는 되지도 않는 번역체에 가보지도 않은 뉴욕을 무대로 한 연애소설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 책(책이라기보다 A4 20장짜리 치기)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고 이 작고 예쁜 책도 없었겠지요. 언제나 모든 일은 서로 얽히고설키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볼 것도 없는 24살 인생인데 한 자씩 써내려 갈 때마다 삶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힘들고 고민도 많았던 대학교 3학년 때, 누구든 나에게 해줬으면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다.”
대학교 3학년을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대학생들보다 다양합니다. 1, 2학년 때처럼 마냥 놀기엔 불안한 미래에 괜한 조바심이 나고 4학년들처럼 취업에만 몰두하기엔 아직은 놀고 싶은 철없는 나이니까요. 그래서 위로가 필요했고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돌아가려고 하니 멀리 와 있고,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는 늦은 것 같고 사회에 뛰어들기에는 덜 자란 어른 아이. 그 무렵의 제가 그랬고, 제 친구들이 그랬습니다. 눈앞의 과제와 세상이 바라는 해야 할 일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는 제2의 사춘기. 그래서 꼭 절벽에 몰려 무엇이든 선택해야 하는 궁지에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 앞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기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잡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아주 단순한 논리 앞에서 지레 겁먹고 손을 뻗지 못할 뿐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용기와 해야 할 일을 하는 책임감 앞에서 작아지지 마세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면 됩니다.
이 책은 그대가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그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그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지혜를 주길 바랍니다.
저에게 그 용기를 준 유승호 교수님과 지혜를 준 김남지 대표님, 무조건 내 편인 아빠와 정신적 지주인 나의 언니, 언제나 모자란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내 삶의 인연들에게 감사합니다.
- 에필로그
모든 작가들이 그럴까요?
첫 소설 속 주인공은 겁이 날 만큼 저를 많이 닮아있습니다.
걱정이 많으면서 도전하기를 좋아하고,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피곤한 성격, 세상 걱정은 혼자 다하고 막연한 자신감은 있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끝없이 불안해하는 모순적인 모습도 저를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보라는 저처럼 완벽하지도 않고 실수투성이에 우유부단하고 여립니다.
이 사실은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혼자 감상에 빠져 큰 공감을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고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혼자 청승 떤다고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큰 무기인 진실이 이야기에 생깁니다. 어쩌면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낼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이 소설에 저를 이용했습니다. 전략적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빌려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비겁하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이 글 속에서 저는 가장 솔직했고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이 책을 본다면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상처받고 저를 모르는 사람들의 날 선 이야기들에 상처받는 제 모습이 한없이 어려 보이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작은 시골에서 자라고 피 튀기는 경쟁이 아니라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등을 하는 법이 아니라 같이 크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방국립대학에 입학해서 학벌도 스펙도 남들에게 모자라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내가 해야 할 일로 만들었고 해냈습니다. 가끔은 남을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하는 경쟁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란히 가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습니다. 삶에서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든 직업을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 입사가 꿈이 아니라, 토익 900점이 꿈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평생을 꿀 수 있는 꿈을 꿨으면 좋겠습니다. 높은 꿈이 아니라 큰 꿈을 꾸십시오. 그리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꿈이 되어도 좋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삶은 반쪽자리 삶이니까요.
사실 저는 자기소개를 할 때 꿈을 이야기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보다, 직업보다, 사는 곳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자기소개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려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저만의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은 유난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전보라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어느새 꿈을 닮아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겠죠?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백조입니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용감해지십시오. 그리고 철장 밖으로 나가서 날개를 펴고 꿈을 먹으며 세상으로 날아가시길 바랍니다.
이 책이 당신에게, 그리고 저에게, 날지 못하는 오리일까 봐 날아오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겁 많은 백조들에게, 꿈을 이룰 용기가 없어 꿈을 꾸지도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전보라? 보라 학생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지?”
“B!”
갑작스러운 한 교수의 질문에 아직도 이니셜 속에서 허우적대던 보라는 자신도 모르게 B라고 외쳤다.
“비? 가수 비 말하는 거야?”
교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고 보라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네? 아뇨. 비처럼 유명해지고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보라는 겨우 대답하고 노트에 써진 수많은 B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좋지. 나는 너희가 이 ‘T’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
학생들은 침묵했다. 당연히 무슨 소린지 모르니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T자형 인간이라는 말은 생소하지만 ‘한우물을 파라’라는 속담은 다들 익숙하지? 여기서 한 우물은 세로로 그어진 선을 뜻해. 그럼 이 가로선은 뭘까?”
학생들은 조용히 한 교수의 점차 집중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너희가 알아야 할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 횡적으로 많이 아는 것, 일반적으로 알아야 하는 상식 같은 거지. 그럼 세로 선은 뭘까?
바로 종적으로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아는 것을 말해. 그 분야의 specialist가 되는 거지. 이 두 개가 합쳐진다면? 바로 T자형 인간이 되는 거야. 옛날에야 한우물만 파는 I형 인간도 성공할 수 있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말 세분화된 전문 분야에 각각의 specialist들이 존재해. 우리의 설 자리가 없다는 거야. 그러니 보다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고 그중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T자형 인간이 되어야 더욱 발전된 인재상이 돼서 널리 쓰일 수 있어.”
민준에게 연애는 공부할 시간을 좀먹는 호르몬의 장난, 내지는 인간이 사회화되면서 혼인하기 전에 먼저 서로를 탐색하기 위해 가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인간관계 정도에 불과하다. 어지러울 정도로 재미없는 연애관을 가진 민준이지만 문화를 연구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감정적 차이와 정신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며 두꺼운 논문으로 연애를 배웠다. 예를 들자면 여자는 왜 남자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는지, 데이트 무비 족이 생겨난 배경 같은 것. 이런 주제는 그나마 민준의 연구 주제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난 올라가 볼 테니까 또 너무 연구실에 오래 있지 말고 밖으로 좀 나돌아. 청춘이 그리 길지 않다 민준아.”
“네, 조심히 가세요. 내일 수업은 1시에요.”
“너희 중에 독버섯 먹어본 사람 있니? 아님 봤다거나.”
06학번에 군대 전역하고 칼복학한 동훈이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
“저 있어요! 어렸을 때 산에서 독버섯인 줄 모르고 잔뜩 따왔는데 할머니가 보시더니 독버섯이라고 다 버리시고 절 혼내셨어요. 전 모르고 그런 건데.”
“어린 마음에 꽤 상처받았겠네. 저번 주에 전역해서 이번 주가 첫 수업이지? 잘해보자.”
“네, 감사합니다!”
“또 다른 경험 있는 사람?”
“저희 할머니는 가끔 드셨다던데.”
“에? 너네 할머니 도인이시냐?”
보라의 대답에 다들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진짠데……. 할머니가 독버섯을 바닷물에 24시간 정도 담가두면 독성이 중화된대요.”
“옛날엔 먹을 게 없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또 다른 경험 있니?”
다들 대답이 없었다.
“우리 때만 해도 산에서 놀다 보면 독버섯 많이 봤는데. 역시 세대차이가 나네. 독버섯은 당연히 먹으면 안 되는 독성을 지닌 무서운 존재야. 하지만 그들은 자연의 일원이고 가끔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단다. 한 고교 과학동아리에서 독버섯을 활용한 천연농약을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고 독버섯에 있는 버티실린이라는 성분이 암세포 괴사를 자극하는 에토포사이드와 시드플라틴이라는 항암제의 효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다들 뜬금없는 독버섯이야기와 처음 들어보는 전문용어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물론 한 교수도 어떤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