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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컬러링북
· ISBN : 9788993489453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15-03-28
책 소개
책속에서
가장 아래층에 고래가 산다는 걸 아는 사람은 꼬마뿐이었어.
어른들이 더 높은 층을 꿈꾸며 위로만 오를 때 아래층 고래는
한적한 편안함으로 춤추고 있었어.
꼬마는 모든 층을 놀러 다니며
누가 사는지 저녁밥으론 뭘 해먹는지
다 알고 있었는데,
고래가 만들어 주는 플랑크톤 수프를 제일 좋아했어.
햇살이 넘실거리는 날이면
고래는 꼬마를 무동 태우고 옥상으로 올라가기도 했어.
고래는 햇살 가득한 분수를 하늘 높이 뿜었어.
먼지 덮인 꽃잎들을 깨끗하게 씻겨주고 허허 웃었어.
분수는 바람에 산산이 흩어지며
꿈결 같은 무지개를 만들고
꼬마는 신나서 춤추며 손뼉을 쳤어.
어른들이 욕심으로 다툴 때마다 꼬마는 고래에게 놀러 갔어.
고래는 꼬마의 두 귀를 막고 꼬옥 껴안아 주었어.
웃음은 사람들을 춤추게 해.
꼬마의 막은 귀를 놓아줄 때마다 고래가 말했어.
그러니 많이 웃으렴.
고래는 가끔 아래층을 비우고 먼 여행을 떠났어.
어느 날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온 고래는
문 앞에서 잠든 꼬마를 본 후
꼬마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길을 떠나지 않기로 했어.
깊이 잠들고 싶을 때도, 편안히 쉬고 싶을 때도,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을 때도,
꼬마가 찾아오면 기꺼이 반겨주었어.
꼬마가 문 앞에서 잠들었을 때,
고래는 아기 고래에게 먼바다의 비를 보여주었어.
태어나서 처음 만난 비를 보고 아기는 무서웠지만
금세 비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되었어.
사람들은 고래의 꿈을 꾸지만,
고래는 자면서도 깨어있지 않으면 아기가 가라앉고 말아.
고래는 꿈을 꿀 수 없을지도 몰라.
고래의 말을 듣던 꼬마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놀라서 말했어.
여기 있어서 아기는 가라앉지 않았어?
아기 고래는 엄마를 따라 온 세상 안 가본 곳이 없었어.
꼬마는 고래가 떠날 때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지만 고래는 웃기만 했어.
그대신 플랑크톤 수프를 데워서 꼬마에게 주고
먼바다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깊은 바닷속엔 고래들의 놀이터가 있단다.
꼬마는 맛있는 수프보다 고래의 여행 이야기를 더 좋아했어.
고래는 식은 수프를 다시 데워 주며 이야기를 계속했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의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은
햇살 아래 춤추며 노는 거란다.
고래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꼬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꼬마는 아침이면 눈곱도 안 떼고
고래의 이야기를 들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어.
고래는 꼬마의 귀 뒤쪽을 꼼꼼히 씻겨 주며
세상에서 만난 온갖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노란 잠수함을 만난 이야기,
분홍색 해마를 사랑한 돌고래 이야기,
아무리 슬픈 연기를 해도 슬프지 않아서
피에로가 되기를 포기한 웃음 고래 이야기,
향유고래를 사랑한 대왕오징어 이야기도,
그 대왕오징어는 깊은 바닷속 동굴에 숨어서
지나가는 향유고래를 엿보며 마음 아파했대.
아... 꼬마는 슬퍼서 한숨을 쉬었어.
잠들지 않는 자작나무 숲 올빼미는,
고래가 자작나무 숲 올빼미를 말하는 동안
꼬마도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
꼬마는 꿈속에서 신나는 여행을 떠났어.
아래층에 고래가 사는 걸 아는 사람은
아직도 꼬마뿐이었던 것 같아.
고래가 여행을 떠났는지,
노인이 된 꼬마가 아주 오랜만에
힘겹게 내려갔지만 고래는 없었어.
노인은 먼지 쌓인 문 앞에서 잠들었어.
고래가 자신을 안아줄 거라고 생각했기에,
눈을 뜨면 고래의 품이길 바라며,
따뜻하게 데운 플랑크톤 수프를 먹여주길 바라며,
무거운 눈꺼풀을 닫았어.
꼭 그렇게 되길 바라며 생각에 닳고 닳은 마음을 닫고
편안하게 잠들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