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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45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6-06-01
목차
1부
생선가게를 지나가다 / 벚꽃터널 / 호박죽을 먹으며 / 길 / 정이품송 / 나무와 까치 / 왕벚나무 / 거꾸로 크는 키 / 등산 / 끙끙 / 풍선효과 / 파 / 웃기는 샐비어 / 매핵기 / 대리석 같은 / 말은 자궁이 많다
2부
장단 / 마음 / 봄날 / 말씀 / 길고양이 / 시치미 / 저도 모르게 / 텃밭에서 / 세월 / 어떤 이 / 공갈젖꼭지 / 잔인한 봄 / 부끄럼나무 / 뜨거운 역설 / 달이 된 딸 / 해피트리
3부
입춘대길 / 싸락눈 / 가을에 / 꿀벌 / 마른장마ㆍ2 / 통발 사랑 / 만시지탄 / 강정 / 숲 속에서 / 모를 일 / 꽃밭을 등지고 / 벼랑 / 말 / 진짜 바보 / 겨울의 꿈 / 설한 / 거대한 발길 / 저무는 풍경 / 눈사람
4부
그 사람 / 젖 먹던 힘 / 곱지 않은 겨울 / 미국산 호두를 먹으며 / 기억나지 않는 기억 / 사과 / 가을남자 / 아직도 나는 가끔 소꼴 베러 가는 꿈을 꾼다 / 우리 마을 정미소 / 불꽃놀이 / 물상 / 알 수 없는 심산 / 뿌리 없는 꽃 / 향일성 / 허겁지겁 / 헐~ / 먹구름 / 우리 님의 고운 노래 / 잡채
해설
오래 삭힌 슬픔으로 빚은 금빛 노래_김정남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선가게를 지나가다 보면
생의 한때가 선명하게 살아난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고등어나 갈치 뼈처럼
어머니가 살을 발라 먹여주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무도 생선살을 발라주지 않는
도시의 눈부신 그늘에서
내가 스스로 생선살을 발라먹다가 쾍 쾍
죽은 생선의 공격에 당황하다가
잠시 무슨 계시를 받은 것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 생의 시계를 들여다본다.
이토록 번창하는 도시의 시간에
아직도 어머니는 고향을 지키고
나는 타향에서 덜 구워진
생선살이 너덜너덜한 생선뼈를 바라보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생의 한나절을 생각해낸다.
오래 냉동된 생선처럼
누구도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할 수 없는
앙상한 시간의 뼈들만 둥 둥 떠오르는
오후 한때, 따뜻한 생선가게를 지나간다.
― 이상호, 「생선가게를 지나가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