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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632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9-12-23
책 소개
목차
제1부
겨울 이사|여름나기|사재강에서|아내의 염색약을 사면서|까치집|부적(符籍)|이발소 가는 날|순대국밥집에서|마흔둘|부부|시집 코너에서
2부
설귀산 안개|택배|박새의 주검 앞에서|요선정(邀僊亭)에서|명마동의 가을|피 빼고|법흥사 해우소에서|황태|아내의 비밀을 엿보다|마을회관|나그네|개나리|벚꽃|돌아가는 곳
3부
참매미|주천의 연(蓮)|단풍|수주별곡(水周別曲) 48|단풍 3|비둘기|조만간 사라질 말들을 위하여|시집은 왜 내는가|조의금|서러운 홀아비들의 저녁식사|매운 닭발집에서|설날 마누라랑 장보기|소주 한 병|악몽 2
4부
자벌레|첫눈|임플란트|사재반점|짜개라는 의미|증축 그리고 신축에 관하여|느낌|목욕탕에서|망년회|중소기업에 관하여|도루묵에 대한 예의|껍데기는 가라고?|침을 허락하다 |감자꽃
5부
낙엽|조강지처를 바꾸다, 혹은|신림에서|성냥을 긋다|아빠 시 쓰지 마|법흥사 산신각에서|주문진 바닷물을 훔치다|반계리 은행나무|이상한 계|시를 쓴다는 건|그게 그런 것|혼자 먹는 밥|청평사에서
해설
유머, 해학, 불심으로 빚은 인본주의 시 _손해일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 이사
전세를 사는 것도 죄인지 모르지
손 없는 날이라고 받은 날이
하필
청양고추처럼 매운 날이니
복 없는 년은 가지밭에만 엎어진다고
해는 치악산 마빡을 비추고 있는데
형님 같은 아파트 그림자는 연실
이삿짐 곤돌라를 타고 오르고
입김은 나오고 해는 저무는데
이제 어디로 갈까나
보따리 실은 짐차는 더 작아만 보이고
오늘 밤은 어딘가에 짐을 풀어 버리고
애꿎은 주역의 이삿날만 원망할지
전세로 사는 게 죄라면 모르지
나그네
살다가 가끔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고 싶을 때
육신의 허락도 없이 쓴 소주를 붇고는
끊어진 필름에 게가 풀린 눈으로
널브러진 육신을 내려다보라
하고 많은 영혼 중에 나를 만나
이 만큼 살아왔으니 그 또한 고마운 일
내 원한 것은 아니지만
추돌당한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도
늘 나를 뒷받침해 주던 것은 너
새끼도 한둘이 아닌
넷을 터울 두며 낳던 쉼 없는 작업, 작업들
불혹을 넘긴 후에야 제 몸 귀한 것을 알아
돌보고 싶은데
자연은 소유권이 없어
보호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듯
이 몸도 내가 쓰고 있는 한 고이 써서
떠날 때 두고 가야지
우리도 저 먼 별에서? 마실 왔다가
잠시
육신에 머물다 가는 나그네일 뿐이니
자벌레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지
아부지께서는
저 눔이 한자씩 재서 키를 다 타 넘고 나면
그 사람이 죽는다고
그래서 몸에 붙으면 기절초풍을 했지
한 자 한 자 걷는 것을 보면
잠시 부러울 때도 있지
나처럼 추돌사고로 허리며 목디스크는
모를 것 같아서
그래도 기를 쓰고 죽을힘을 다해 걷는 것을 보면
오라는 곳이 있는 모양인데
혹 어제 뒷집에 꿔준 이슬을 받으러 가는 건 아닐까
나도 잠시 잊기 위해
허리 한 번 굽혔다가
곧게 쩍 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