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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4165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0-12-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시작하며
1부: 몸의 사원
몸 : 생명은 곧 구멍이요, 또한 드나듦이니
눈 : 아래를 볼 때 삶도 영글어간다
코 : 진실은 옆에서 더 잘 보이나니
귀(?) : 소박한 기다림의 줄임말
입 : 먹고 말하는 것에도 기준이 있다
손 : 내 삶의 성적표
발 : 족필로 쓴 한편의 시
등 : 아버지의 뒷모습
2부: 삶과 생활
삶 : ㄹ과 ㅁ 사이의 여정
땀 : 물엿인 듯 고아낸 아픈 기억
똥 : 철저한 아웃사이더의 슬픔
꿈 : 기다림의 보물창고
욕 : 풍자와 해학이 담긴 삶의 애환
옷 : 결국은 나비의 허물 같은 것
밥 : 서민의 애환에 떨어지는 하얀 눈물
술 : 야누스의 두 얼굴
집 : 이부자리 아래 밥그릇 기다리는 곳
길 : 기다림과 닮은 말
3부: 자연과 계절
물 : 스스로를 낮추는 자의 힘
풀 : 입에서 나는 푸른 휘파람 소리
쑥 : 끈질긴 생명의 부활
새 : 땅과 하늘 사이에 낀 운명체
숲 : 자음과 모음으로 부는 바람의 잠재태
봄 : 네 계절 중에 하필 봄만이 외자일까
꽃 : 색깔과 향기가 있는 생명의 파라다이스
4부: 에필로그
나무 이름 이야기
잎, 그 한없는 헌신
숫자의 정치학
글자 기행을 마치면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글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글자들과 함께 여행 중이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시의 편력을 더듬는 길이기도 하다 -
얼굴 가운데 버티고 있는 것이 코입니다. 허나 정면에서 바라본 얼굴은 코보다는 눈이 더 눈에 띄지요. 사람의 첫인상도 코보다는 눈에 따라 달라집니다. 눈꼬리가 올라간 상은 매섭지만 눈매가 고우면 일단 마음이 놓입니다. 눈이 크고 맑으면 적어도 반 이상 점수를 따고 들어가지요. 얼굴의 중원을 점령한 것이 코지만 실속은 눈이 가져갑니다.
곳곳에 귀들은 ‘숨은그림찾기’처럼 감춰져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했습니다. 심지어는 벽에도 귀가 있다고 했지요.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둘인 것을 보면 그만큼 듣는 귀가 많지 않을까 합니다. 말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쓰였겠지만 우주만물 곳곳에 귀들이 숨어있다는 뜻으로도 읽고 싶습니다. 그런 숨은 귀들을 깨우는 것도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예로부터 한 끼의 밥을 위해서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쌀미(米)를 살펴보면 열십(十)자를 두고 위와 아래로 여덟팔(八)가 있습니다. 그 글자의 형상을 보고 옛사람들은 八十八번의 횟수를 생각하면서 농부의 수고로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밥알 하나 만들기까지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농부의 땀방울과 하늘의 뜻과 땅의 수고로움으로 밥알 하나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