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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388409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2-10-04
책 소개
목차
제1장 첫 방문―내가 본 환상의 조국 2008년 10월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출국하다 / 받아든 일정표 내용 / 침묵하는 안내원들 / 호텔에서 보인 빛 / 아들 꿈 / 지하호의 어둠 속에 압축된 아픔 / '만약의 사태'를 상의하다 / 버드나무밑을 오가는 사람들 / 할머니가 부른 노래가사의 의미 / 취한머리로 생각한 재방문 / 묘향산과 14년전의 기억 / 내아이와 헤어지게 된다는 것 / 백인남성에게 묻고싶었던 것은...... / 조선인민군중좌와의 대화 / 자매가 재회해서 나눈 첫마디 / 담배를 피우려고 하자 안내인은...... / 재방문을 약속하고
제2장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조선은 안개의 나라였다 2009년 1월
제3장 태양절과 국제 마라톤대회―2010년 4월
2년만에 재회한 나는 /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작정이 / 십년후 히가시유타카의 기일에 / 조선과 일본의 천사백년 / 김일성 탄생 98주년<태양절 축하자리> / 사람무리의 일원으로서 / 고 사기사와 메구무의 목소리 / 나그네 그리고 개나리 / 런닝웨어로 갈아입고 / ‘피’와‘비’
제4장 가족과 고향―아들을 데리고 간 방북 2010년 8월
아들의 국적선택 기회를 빼앗다 / 나의 조국? /아들의 여름방학에 방북하다 / 나의 ‘가출’-그와 아들은 / 평양공항에서 전자사전을 움켜쥐고 / 비마중 / 환영회 자리에서 아들과 그는 / 평양의 정전 / 8월 15일과 매미소리 / 시민들은 ‘사쿠라’일까 / 해방기념일과 ‘아웃사이더’ / 매미가 날아갔다 / 원도 직선도 아닌 시간 / 꽃동네는 애처로운 걸까 / 아들과 본 매미의 탈피 / 나와 조선학교 / 아리랑은 아들에게는 ‘자극’이었을까 / 푸에블로호 앞에서 생각한 것 / 조선의 발전소 / 유원지의 절규머신 / JSA로 향하다 / 이옥기씨와 ‘한’ / 히가시 유타카?나?다케하루 / 한겨울의 평양 / 아들 손이 만나게 해준 것/ 조선대학교 학생들 / 해발 2천백십미터 산에 / 학생들과 기념촬영 / 천지 앞에서 / 나의 일상과 ‘여행’ / 검거된 방북 목사 / 조선대생들의 노래 / 울면 안된다
리뷰
책속에서
조국, 우리나라, 서울에 프로모션으로 가거나, ≪8월의 저편≫의 취재 차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인 경상남도 밀양을 걷고 있을 때는 느끼지 않았으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니 심한 노스탤지어에 싸였다.
나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데라시네(뿌리 없는 풀)였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다.
뿌리내릴 장소를 자진해서 포기하고, 앞날에 다가올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만은 잃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돌아오니 마음을 조국에 남겨두고 몸만 일본에 돌아온 듯한 공허함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민족의식에 기인하는 감정은 아니었다.
해 질 무렵 대동강 강변을 걷고 있으면, 자전거 짐칸에 젊은 아내를 비스듬히 태우고 때때로 뒤를 돌아다보고 말을 하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젊은 남자, 오른손에는 분홍색 아이스캔디 막대기를 들고 왼손에는 자홍빛 도는 진달래 가지를 소중한 듯이 거머쥐고 걸어가는 대여섯 살 정도의 여자아이, 교과서를 읽으면서 걷는 학생들, 아장아장 걷는 손자와 손을 잡고 손자가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는 걸 쉰 목소리로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중절모를 쓴 노인,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오즈 야스지로의 초기 무성영화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가슴에 사무쳐왔다.
그리고 이 60년 동안 한반도에서 태어난 북쪽 사람들은 남쪽 땅을, 남쪽 사람들은 북쪽 땅을 갈 수조차 없는 역사의 긴장 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를 산다는 것은, 그 나라 내부에서 각자 개인사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지만 그 나라를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사람들이고,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나그네 입장에서 그 역사를 엿볼 수는 있겠지만 그 역사로부터는 격리되어있다.
내 안에는, 조국의 역사로부터 격리되어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의식과,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동포로서의 의식이 늘 서로 대립하며 다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