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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5238744
· 쪽수 : 186쪽
책 소개
목차
우에노 역 공원 출구
작가의 말 (유미리)
옮기고 나서 (김미형)
리뷰
책속에서
1933년에 태어나 일흔둘이라든지, 내 아들도 살아 있으면 마흔다섯이 된다는 식의 고백은 일체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술에 취해 슬픔의 방향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세심히 주의를 기울였다.
버릴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은 모두 상자에 담아 버렸다. 상자에 봉인을 한 건 시간이었다. 시간으로 봉인된 상자는 열어서는 안 된다. 열자마자 과거로 굴러 떨어질 뿐이다. (……)
타인의 비밀을 들은 자는, 자신의 비밀 역시 말해야 한다. 비밀이 반드시 숨겨야만 하는 일을 뜻하지는 않는다. 숨겨야 할 만한 일이 아니더라도,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밀이 된다.
늘 여기 없는 사람에 대해서만 곱씹는 인생이었다. 곁에 없는 사람에 대해 곱씹는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 대해 곱씹는다. 그것이 비록 가족이라 하더라도, 여기 없는 사람을 여기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 없는 사람에 대한 추억의 무게를, 말을 함으로써 줄여 버리기는 싫었다. 내 비밀을 배신하기 싫었다.
세쓰코는 평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눈을 뜨는 일곱 시 무렵에는 빨래와 마당 청소까지 대충 다 끝내고 부엌에서는 된장국과 밥 짓는 냄새가 퍼져 나왔다.
오늘 아침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뚝, 뚝, 홈통에서 떨어진 물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빗줄기가 제법 굵은가 보다…….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커튼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집안을 비에 젖어들게 했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옆 이불에 세쓰코가 누워 있었다.
깨우려고 팔을 뻗자, 차가웠다?.
만진 건 이불 위로 빠져나온 세쓰코의 팔이었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이불을 젖히고 몸을 흔들어 봤지만 이미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반년 가까이 우에노에 있었으나 신주쿠 도야마 쪽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며 오두막을 치워 갔고, 중학생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도쿄와 요코하마와 오사카에서 노숙자들을 습격하는 소년 범죄가 꼬리를 물었고, 내일은 자기에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만연해서였는지 그 소문은 입에서 귀로 전해지면서 서로가 느끼는 공포로 부풀어 갔다.
각목과 금속 방망이로 때리고 오두막에 불을 붙였다…….
오두막에 폭죽을 던져 넣고 놀라서 뛰쳐나온 남자에게 모두가 돌을 던졌다…….
소화기를 오두막에 분사시켜 거품투성이가 되어 뛰쳐나온 남자를 공기총, 간판, 쇠지렛대로 뭇매질을 했다…….
때리고 발로 차고 폭행을 가하자 실신했고, 그 바로 옆에서 불꽃을 터뜨려 실명시킨 다음 나이프로 난도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