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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03245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1-09-28
책 소개
목차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작가의 말
작가의 말(2019년)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남는다―.
낡은 집을 허문 공터에 남은 나무처럼……
시든 꽃을 거두고 빈 꽃 병에 남은 물처럼……
남았다.
여기에 무엇이 남았을까?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만이 피가 통하며 살아 있는 것처럼―, 선명한 빛깔로 물든 물줄기 같은 소리―. 그때는 그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그 소리가 두개골 안쪽을 빙빙 돌더니, 머릿속에 있는 벌집에서 수백 마리의 벌들이 일제히 바깥으로 튀어 나가려는 것처럼 시끄럽고 뜨겁고 아파와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비라도 맞은 듯이 눈두덩이 움찔거리며 주먹을 쥐고,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키고―.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소리는 죽지 않았다.
잡아서 가둬놓을 수도 없고 멀리 떼어낼 수도 없는 그 소리―.
귀를 막을 수도, 떠날 수도 없다.
그때부터 줄곧 그 소리의 곁에 있다.
면면은 바뀌었고, 사람도 줄어들었다.
거품 경제 붕괴 이후 공원의 노숙자는 갈수록 늘어났고, 산책로와 시설이 있는 곳을 제외한 곳곳에 방수포로 만든 천막집을 지어 흙바닥과 잔디밭이 모두 가려질 정도였는데―.
황실 사람들이 공원 안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기 전에는 ‘특별 청소’라는 명목으로 강제 퇴거가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텐트를 치우고 공원 밖으로 쫓겨나야 했고 해가 지고 나서 제자리로 돌아가면 “잔디밭 보호를 위해 출입금지”라는 간판이 세워져 천막집을 세울 수 있는 곳은 점점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