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6528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에필로그 군화 신은 고양이
에필로그 고양이 인터뷰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윤후 고백 또 거절한 거야?”
윤후가 강의실에서 빠져나가자마자 다시 책에 시선을 돌리는 종희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같은 과 친구 혜민이 물어왔다.
“그렇지, 뭐.”
“정말? 진짜로 또 거절한 거야? 벌써 백 번째 고백인데?”
매번 윤후를 거절하는 종희가 신기하다는 듯이 혜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응.”
“진짜 정윤후가 싫어?”
종희의 속내가 궁금하다는 듯이 혜민이 그녀를 향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윤후 하면 K대의 모든 여학생이 단 한 번의 만남이라도 꿈꿔본다는 최고의 킹카였다. 그런데 그런 킹카의 대시를 매번 거절하고 있으니 혜민은 그게 무척이나 신기한가 보다.
“응, 싫어.”
‘지금은’이라고, 종희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사실 윤후가 싫은 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첫눈에 반했었다. 어린 시절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종희는 그가 좋았다. 햇살을 닮은 미소를, 하늘은 닮은 눈빛을 가진 녀석이 처음부터 좋았다. 겉으로 보이는 퉁명스러운 성격과는 다르게 내면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그 녀석을 알면 알수록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연애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말 아프게 한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시작된 그 감정을 쉽게 끊어낼 수는 없었다. 무수히 많은 연애를 했지만 사실 진짜 마음을 주는 연애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녀석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길들이기가 힘들었다. 정윤후란 녀석은.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는 것 같았지만 도도한 고양이처럼 그는 정작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살짝 무릎에 와서 안겼지만, 필요한 것을 얻고 난 후엔 도도하게 꼬리를 세우며 멀어지는 고양이. 마치 고양이 같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종희 역시 윤후를 향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자신이 마음을 털어놓으면 그가 멀어질 거란 걸 빤히 알았으니까. 정윤후가 유일하게 인정한 친구 자리마저 박탈당할 것이 뻔하였다.
그렇게 길고 긴 짝사랑을 하던 중 찬영이의 생각지 못한 고마운 도움으로 윤후의 열렬한 대시를 받게 되었지만 종희는 쉽사리 그 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대시를 하고 있는 정윤후의 마음은 진짜가 아니었으니까. 지금 받아들여 봤자 가질 수 있는 건 가짜 마음뿐이었으니까. 그런 가짜 마음 따윈 거절이었다. 종희가 진짜 가지고 싶은 건 정윤후의 진짜 마음이었다.
그 누구도 갖지 못했던 그런 진짜 마음.
“하여튼 대단해. 나 같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까 윤후랑 사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두 손을 모으며 하는 혜민의 말에 종희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자신과 다른 여자들의 차이점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윤후의 단 하루가 아니라 평생이었으니까.
어쨌든 슬슬 애를 태울 수 있을 만큼은 태웠다. 백번 가까이 그의 대시를 거절했으니까. 이제부터 좀 더 본격적인 작전이 필요했다. 도도한 고양이를 길들일 본격적인 작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