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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3912500
· 쪽수 : 188쪽
· 출판일 : 2011-03-25
책 소개
목차
지리산 자락 밑
도깨비가 나올 것만 같아
외할머니, 어디 가세요?
총 쏘지 마세요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외할머니의 과거
외할머니 또 어디 가세요?
분홍 원피스를 찾아서
수상한 밀짚모자 아저씨
밀짚모자 아저씨의 기억
외할머니 또 어디 가세요?
리뷰
책속에서
몇 번 작은 불빛이 깜박이더니 순간 강한 섬광이 ‘번쩍’하면서 나빛 눈에 쏟아져 내렸다. 그 빛에 놀라 나빛은 두 손으로 눈을 꼭 감쌌다. 어린이대공원 우주열차를 타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땅이 푹 꺼진 것 같기도 하고, 하늘로 쑥 솟아오르는 듯했다.
…
전구를 켰는데도 주변이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빛은 손을 펴서 더듬거리며 물건을 짚어보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 장님이 된 것처럼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 봤다.
이상했다. 옛날 물건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던 곳간이 아니었다. 발에 걸리는 것도 없었다. 똑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걸어도 끝이 없는 긴 터널을 걷고 있는 듯했다. 서늘한 바람도 휑하니 불어왔다.
바스락.
발아래 무엇인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공간이 넓어졌다가 좁아졌다.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기가 어딜까? 정말 이상한 나라로 빠져버린 걸까?’
그때였다. 갑자기 요란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총탄 불빛이 산등성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총탄은 거침없이 소형버스를 향했다. 외할머니는 귀를 막으며 납작 엎드렸다. 나빛도 외할머니를 따라 귀를 막으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 순간 나빛 눈앞이 깜깜해졌다. 마치 영화관 안에서 영화를 보다가 영사기가 갑자기 팍 꺼진 것만 같았다. 나빛은 깜깜한 무덤 속에 묻힐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디선가 늙고 지친 외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빛은 엄마가 너무 가여웠다. 엄마의 아픔을 우리 가족은 왜 몰랐을까?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빠도 집에 오면 잠만 잤고, 오빠는 공부하느라 늘 바빴다.
나빛은 엄마가 예전처럼 돈만 알고, 신경질 많은 엄마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독립투사 가족처럼 대단해 보였다.
“엄마, 엄마가 참 자랑스러워. 엄마 정말 대단해.”
엄마는 눈물을 닦아냈다.
“무슨 말이야, 그게?”
“엄마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사람의 가족이라는 게. 또 이모가 역사적 인물이라는 게. 우리 집 식구들은 늘 시시하다고 생각했거든. 뭐 특별한 것도 없고, 아빠도 겉으로는 거드름 피우지만 정작 알맹이도 없고. 그런데 이모가 그렇게 용감한 분이라는 게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 엄마, 사회시간에 배웠어. 1980년도 광주에서 있었던 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엄청난 일들을 하신 것 같아. 아무래도 난 엄마도 닮았지만 이모도 많이 닮은 것 같아. 겁 없는 것이. 물론 엄마 딸이라서 이렇게 예쁘지만. 난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 가족이 독재자를 반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어. 그리고 나도 꼭 불의에 대항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