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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3928754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9-2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부디 무사하지 않기를 8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라 11
나는 ‘0’이 좋다 13
혼자 덩그러니 16
차갑고 볼 것 없는 도시 20
MIN / 방황하는 당신
진짜 베를린, 이제부터 시작이야! 28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34
다른 시간 안에서 40
이상하고 이상한 44
PETER / 여유를 즐기는 당신
베를린의 여름을 보여줄게 58
히피들의 텐트 62
숲에서 추는 춤 66
우린 뮤지션이 아니야 68
우리 수영하러 갈래? 74
완벽한 여행을 위한 헤어스타일 80
너흰 뮤지션이자 요리사구나 87
MARCO / 절대 특별하지 않은 당신
친절한 마르코 98
다락방이 있는 집 102
누가 화장실 좀 찾아줘요 104
보통 사람 109
친구가 필요해 114
JOE / 착하지만 불편한 당신
마법의 성 128
맞지 않는 옷 132
잠시 쳇바퀴를 멈추고 135
베를린을 아름답게 하는 것 141
또하나의 여행 149
STEFAN / 심플하게 살고 싶은 당신
어쩌다보니 당연하게 웃고 있다 156
상관없어, 스테판은 알고 있으니까 160
별일 있는 보통날 164
비와 베를린, 날것의 베를린 167
못생긴 모과 하나 174
기대하고 기대하던 금요일 밤 178
예술학교 수업을 훔치다 183
너는 꽃 나는 나비 185
슈프레 강이 뭐라고 188
오늘 하루도 잘 썼습니다 190
DAVID / 열정이 넘치는 당신
예술 그 자체인 집 206
불꽃이 튀었던 순간을 놓치지 마 210
꽃향기 나는 밤 212
ADRIEN / 뭐든지 오케이인 당신
어느 별에서 왔니 218
불평은 그만, 잇츠 오케이! 223
홈리스에게 집이 있다? 226
사람의 밀도 229
소소한 차이, 사소한 발견 232
동네 페스티벌 236
우리는 밤늦도록 238
또 만나자는 인사 240
에필로그
인연들의 이름 250
상상은 언제고 현실이 된다 25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난 또 우물쭈물해야 했다. 이번엔 신발을 벗어야 할지 신고 있어야 할지 몰라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발들은 현관에 쌓여 있었고 피터와 친구들은 맨발이었지만 바닥엔 낙엽과 모래, 먼지들이 엉켜 있어 도대체 여기가 바깥인지 집 안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관에서 머뭇거리며 서 있었더니 피터가 더 활짝 웃었다. 나에게 앉으라고 권해준 의자만 빼놓고 식탁도, 복도도 지저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지러운 집 안 꼴에 당황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자 손동작이 크고 친절한 필립이 눈을 찡긋했다.
“더럽지? 하하하. 사실 이건 더러운 게 아니고 자연스러운 거야. 너에게 베를린의 여름을 보여줄게. 우리집 바닥엔 모래도 있고 벌레들도 있으니 아마 텐트 치고 캠핑하는 기분이 들 거야.” _본문 59쪽, [베를린의 여름을 보여줄게] 중에서
피터의 머리카락은 갓 지은 새둥지처럼 부스스했고 얼굴은 부어 있었다. 또 한번 내 상식이 빗나갔다. 처음 보는 손님이, 그것도 외국인이 오는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신나게 놀고 이렇게 더러운 집 안 꼴과 산발이 된 머리를 보여주다니. 카우치 서퍼를 맞이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에 그리 큰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필립이 수납장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더니 그중 하나를 골라 나에게 건넸다.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나도 그들을 믿어 큰 걱정 없이 그곳까지 가긴 했지만 이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거라곤 사이트에 올려놓은 소개와 사진, 내가 그린 그림 몇 장이 다 아닌가. 그런데 그들은 딱 그만큼 아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집 열쇠를 건네주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 집에 겁도 없이 자러 간 내가 만난 지 십 분 만에 그들에게 받은 것은 집 열쇠가 아니라 믿음이었다. _본문 61쪽, [베를린의 여름을 보여줄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