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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964479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2-10-2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특종
기자의 죽음
남겨진 낙서
스위스 은행
박정희의 비자금
풀리는 의혹들
대통령의 유럽 방문
폐허 위의 대화
보이지 않는 전쟁
밀로의 비너스
제라르 소장
장군의 죽음
바이스로이 재단
소피아
여자의 정체
거위 간
《성서》와 《격암유록》
나영준 박사
바이러스 배열
제3의 시각
나노 반도체의 탄생
위험한 투자자들
드러나는 음모
검은 재회
지도교수의 제안
M램
M&A
유체 이탈
기습
주주들의 배신
삼성전자의 운명
비밀 기술회의
친절한 음모
요코하마의 승부수
코크란의 승리
생물 반도체
회개하는 주주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건희야.”
“네, 아버님.”
“언젠가 <타임>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조국이 해방되지 않았으면 친일파로 남아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아무도 그런 말은 안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네, 아버님.”
“기업가는 결코 애국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가는 나라는 망해도 자신의 기업을 살려야 한다.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알겠느냐?” (22쪽)
“등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오? 나는 창의성을 보는 거요. 이십대에 법조문이나 달달 외워 고시에 합격하면 평생 권력이 보장되는 그런 사회가 정 기자에게는 그리도 좋소?”
“음.”
“18등 아니라 꼴찌라도 1등보다 나은 사람이 있소. 아인슈타인이 그랬고, 내가 그랬소.”
의림은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가장 웃기는 건 당신네 사회는 과학자에 대한 대접이 세계에서 제일 엉망이란 거요. 수학, 과학은 미래를 이끄는 요체요. 하지만 당신네 사회는 수학, 과학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과학자조차 푸대접하는 사회요. 영어에만 미쳐 있지. 나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난한 과학도들을 도와준 거요. 그들을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시킨 내가 그들로 인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당신네 사회는 뭐라 말할 자격이 없소.”
“…….”
“생각해보시오. 북한이나 중국 놈들이 미사일에 슈퍼컴퓨터를 붙여 뉴욕을 공격한다면 미국의 운명은 끝장이오. 슈퍼컴퓨터를 장착한 핵미사일을 생각해보시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 회의장 전체를 다 차지하던 크기의 슈퍼컴퓨터가 이젠 손목시계만 해진단 말이오. 당연히 값도 엄청나게 싸지는 거요. 그놈들은 모든 미사일에 슈퍼컴을 붙이고 핵탄두든 백색가루든 실어서 미국으로 보낸단 말이오.”
“삼성전자를 북한이나 중국이 장악할 리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이오.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지. 하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소. 남한과 북한이, 아니면 남한과 중국이 또 어떤 거래를 할지 모르는 일 아니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펼치는 햇볕정책이란 건 결국 북한이나 중국과 가깝게 지내자는 얘기 아니오? 우리는 절대로 삼성전자를 그냥 둘 수 없소.”
대통령 수석고문은 잠시 말을 끊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그가 결론을 내놓는다고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우리는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냈소. 그래서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거요.”
사람들이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수석고문의 입술을 주시했다.
“삼성전자를 우리가 장악해버리는 거요. 바로 M&A를 통해서 말이오.”
“사실 우리는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구입 사업에 약간 관여하고 있었네.”
“그래? 어떤 연유로?“
동우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그것은 결국 엄청나게 비싼 기계를 고르는 사업이 아닌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말일세. 나는 기계를 고르는 일에는 과학기술자가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거야 그렇지만…….”
“군인이나 행정관리들이 개입하면 그들이 말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과학기술자가 참여하면 그들은 모든 걸 다 내놔야 하네. 적당히 넘어갈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 나라에 그런 전통을 세우려고 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기술평가단이 낸 정확한 평가보고서가 그런 일들의 기본이 되도록 말이야.”
“음.”
동우는 민서의 말을 들으며 뭔가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사회가 과학기술자를 홀대한다고만 생각해왔지 과학기술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다. 찾아보면 사회를 위해 과학기술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그조차 인문계 출신들이 좌지우지하는 걸 보고만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 자신조차 그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