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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93985672
· 쪽수 : 335쪽
책 소개
목차
서문
7년의 싸움, 그 역사의 기록을 남기며
1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하다
2부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과 맞서다 ― 삼성 X파일 사건의 진실
나를 기소하라 ─ ‘안기부 X파일’의 진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계속될 것
‘삼성특검법’은 ‘노회찬특검법’
3부
“나를 기소하라”, 그 이후
무지의 발로인가 소신의 결과인가, 1심 판결
되살아난 사법정의, 2심 판결
또다시 무너진 사법정의, 3심 판결
이 땅의 양심과 정의를 향하여, 파기환송심
4부
상식을 깔고 앉은 법전 ― ‘비밀’과 ‘비밀 공개’의 사이에는 민주주의가 있다
부록
1. 삼성 X파일 사건 및 노회찬 재판 일지
2. 법원 판결문과 변호인 의견서 등
3. 노회찬이 살아온 길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서 나는 물었다. “대한민국 법정에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제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장이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서울고등법원장이 어렵게 답변한다. “평등해야 되는 것이지만 현실로는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재차 물었다. “평등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에는 이내 답변이 들려왔다. “평등하지 못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서울고등법원장이면 대법관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판사 중에서 최선임 법관이다. 그런 분의 입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는 않다는 고백이 국정감사 증언을 통해 나온 것이다. 2005년 9월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용훈 후보자 역시 같은 답변이었다. “법은 그렇게 되어 있지요.” 다시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닙니까?”
2005년 8월 초순, 나는 우연히 ‘안기부 X파일’ CD를 입수했다. 듣고 또 들었다.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재계 1위의 자리에 올랐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수십 번을 듣고서야 떡값검사들의 실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7명 중 다섯 명은 퇴직했고, 2명은 아직 고위직에 남아있음을 확인하였다.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떡값로비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명절 때마다 정기적으로 떡값을 돌리고, 떡값검사 리스트도 작성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남은 문제는 “과연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가?”였다. 결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삼성을 필두로 정치권과 언론계, 검찰의 검은 유착관계를 파악하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8월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떡값검사 7인의 실명이 담긴 이학수-홍석현의 대화내용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2009년 2월 9일, 서울중앙지법은 1심 선거공판에서 나에게 통신비밀보호법과 명예훼손을 적용해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불법적으로 얻어진 X파일 내용을 바탕으로 여기에 없는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