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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동양사일반
· ISBN : 978899405440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3-06-3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명칭의 표기에 대하여
1. 끊임없이 흐르는 삶의 궤적
2. 반룡(盤龍)과 가는 양털-옥과 실크
3. 그리스-로마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그리스-로마로
4. 하늘이 버린 민족-흉노와 한(漢)나라 시대의 교역
5. 교역과 종교의 확산-토하라인과 소그드인
6. 중앙아시아 문물의 유행
7. 천불동-실크로드의 불교
8. 탕구트족, 몽골족, 네스토리우스교도 및 마르코 폴로
9. 장미 정원-명나라와 사마르칸트에 간 사람들
10. 그레이트 게임과 실크로드
11. 아시아의 차가운 품에 사로잡힌 사람들-실크로드의 탐험가들
12. 사냥 전리품과 호랑이 창자-실크로드에서의 사냥과 이론화
13. 표본의 확보-오럴 스타인
14. 마지막 발굴-펠리오, 폰 르 코크, 워너
15. 아기 장군-1930년대의 실크로드 여행
에필로그: 오늘날의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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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자이덴슈트라세(Seidenstrasse) 또는 실크로드(Silk Road)라는 로맨틱한 이름은 사실 최근에야 등장한 것이다. 1877년 독일의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인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이 이 명칭을 붙이기 훨씬 전부터, 적어도 기원후 1세기부터 중국인들은 수도에서 “서역(西域)”(대략 옥수스 강까지)으로 가는 남로와 북로 등을 지칭하는 자신들의 용어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비단이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유럽까지, 즉 중국에서 로마에 이르는 길들을 따라 운송되었고, 그리고 이러한 몇 갈래의 길들을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을지라도 “실크로드”라는 말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용어는 끊임없는 여행을 암시하지만, 실제로 상품들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면서 일련의 중개상과 루트를 통해 이동되었다. 실크로드의 전 구간을 실제로 가로지른 사람의 수는 매우 적었다. 초창기에 그들은 주로 다양한 신앙을 가진 선교사들이었으나 19세기부터는 탐험가, 지리학자, 고고학자들도 등장했다.
실크로드에 관한 이야기를 남긴 유럽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 1254경~1324경) 또한 타림 분지로 가는 길에 겪은 추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파미르라고 하는 이 고원을 지나려면 꼬박 12일을 가야 한다. 이 12일 내내 사람의 거주지도 몸을 피할 만한 곳도 없다. 여행자는 반드시 식량을 지니고 가야 한다. 여기서는 고도와 추위 때문에 새 한 마리도 날지 않는다. 그래서 내 장담하건대, 이 엄청난 추위 때문에 여기서는 불을 피워봤자 불빛이 그리 밝지도 않고 색깔도 다른 곳과는 차이가 있으며 음식이 잘 익지도 않는다. 이제 북동쪽과 동쪽으로 우리의 경로를 따라가 보자. 이러한 12일간의 여정이 끝나면 여행자는 동쪽-북쪽-동쪽으로 꼬박 40일도 넘게 산을 넘고 비탈길과 협곡을 따라가면서 수많은 강과 사막을 건너야 한다. 이러한 여정 내내 사람의 거주지도 피난처도 찾을 수 없으며 식량은 직접 준비해 가야 한다.” 타림 분지 가장자리로 내려오면서는 “넓은 모래 지역을 만나고 (…) 꼬박 5일간 모래 황무지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곳의 물은 대체로 고약하고 쓰지만 몇 군데에서는 깨끗하고 달다”라고 기록했다.
실크로드 주변의 야생동물은 겁이 많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그보다도 오늘날 이 지역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오아시스의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여전히 다양한 민족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늘 그래왔듯 그들은 통치자들의 흥망성쇠와 정치적 변동에도 아랑곳없이 카슈가르의 일요시장 같은 장터로 모여든다. 염소 떼와 작고 강인한 말들,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낙타들의 발길에 먼지가 이는 가운데, 오래된 번화가의 비좁은 거리에서는 항아리와 냄비, 안장과 마구, 전통 악기 따위를 만들고 있으며, 양고기 케밥이나 당근과 쌀을 넣은 필래프를 노점에서 요리하고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상업에 종사하는 유목민들은 아직도 의상으로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다. 위구르인은 검은 벨벳으로 수를 놓은 챙 없는 모자를 쓰며, 지금도 여성들은 이카트(ikat) 직조로 줄무늬를 넣어 만든 비단옷을 입곤 한다. 키르기스 남자들은 테를 위쪽으로 젖힌 검은 모자를 쓰는데 흰색으로 안을 댄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정 코르덴 코트를 걸치는데, 중국 상인에게 누비이불을 주고 사온 화려한 비단이나 커다란 분홍 장미 무늬가 있는 붉은 면(綿)으로 안을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