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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누비처네 (반양장)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은이)
  |  
연암서가
2014-02-25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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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책 정보

· 제목 : 누비처네 (반양장) (목성균 수필전집)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054506
· 쪽수 : 628쪽

책 소개

목성균 수필 전집. 목성균은 1995년 등단하여 시적 언어 구사력과 탄탄한 구성력으로 작고 하찮은 것, 평범한 것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명력 있는 수작들을 빚어내어 2003년 <명태에 관한 추억>을 출간하는 등 의욕적으로 작품을 쏟아내다 이듬해 타계하였다.

목차

발간사

제1부 억새의 이미지
고개
그리운 시절
누비처네
다랑논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사기등잔
살포
억새의 이미지
옹기와 사기
조팝나무꽃 필 무렵
세한도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제2부 혼효림
목도리
새벽의 거리
선배의 모습
앞자리
액자에 대한 유감
어떤 직무유기
의사 선생님께
조선낫과 왜낫
파리 목숨
혼효림
약속
둥구나무

제3부 기둥시계
고향집을 허물면서
기둥시계
돼지불알
명태에 관한 추억
소나기
아버지의 강
국화
할머니의 세월
꽃 냄새
뻐꾸기 울 때
선풍기
알밤 빠지는 소리
우정의 무대

제4부 불영사에서
장모님과 끽연을
희권이의 실내화
간이역
거진항의 아침
길 위에서
논란의 여지
불영사에서
장마전선을 넘어
전장포
휴게소에서
속리산기
본개나루에서
새벽 등산
강진의 밤

제5부 생명
고모부
깃발 1
눈물에 젖은 연하장
당목수건
미움의 세월(歲月)
생명
손수건
소년병(少年兵)
아버지의 도장
할머니의 산소

제6부 봄비와 햇살 속으로
가을바람 부는 대로
봄빛을 따라서
봄비와 햇살 속으로
산읍 소묘(山邑素描)
새우젓
수루 앞에서
억수리에서
얼음새꽃
칸나의 계절
H형께

제7부 행복한 군고구마
고향설(故鄕雪)
동구(洞口)
바래너미의 고욤나무
배필(配匹)
수탉
얼굴
이화령(梨花嶺)
조령산(鳥嶺山)
행복한 군고구마
현암리에서

제8부 괘종시계
가을운동회
괘종시계
깃발 2
막내의 아르바이트
무심천의 피라미
아파트의 불빛
진달래꽃
찔레꽃 필 무렵
큰밭
한들 산모퉁이 길

제9부 꽃이 핀 자리
꽃이 핀 자리
나의 수필
돈독(敦篤)에 대하여
말복(末伏)
백로(白露)
생쥐
여덟 살의 배신
존재와 이름
첫눈
커피에 관한 추억(追憶)

해설: 목성균의 수필 세계/김종완(수필가·문학평론가)
목성균 연보

저자소개

목성균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38년 충북 괴산군 연풍에서 태어나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중퇴했다. 1968년 산림직 국가공무원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25년 간 공직생활을 했다. 1993년 퇴직 후 「월간 에세이」에 초회 추천된 뒤, 1995년 월간 「수필문학」에 「속리산기」로 추천 완료됐다. 2003년 수필집 『명태에 관한 추억』이 문예진흥원 우수문학 작품집에 선정되었고, 2004년 3월 제22회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5월 타계했다. 저서로 『명태에 관한 추억』(2003), 『생명』(2004), 선집으로 『행복한 고구마』(2010), 『돼지불알』(현대수필가 100인선, 2010) 등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추석을 쇠고 우리는 아버지의 명에 의해서 근친을 갔다. 강원도 산골 귀래 장터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한가위를 지낸 달이 청산 위에 둥실 떴다. 그때부터 십리가 넘는 시골길을 걸어가야 했다. 아내는 애를 업고 나는 술병과 고기 둬 근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아내 옆에 서서 말없이 걸었다. 달빛에 젖어 혼곤하게 잠든 가을 들녘을 가르는 냇물을 따라서 우리도 냇물처럼 이심전심으로 흐르듯 걸어가는데 돌연 아내 등에 업힌 어린 것이 펄쩍펄쩍 뛰면서 키득키득 소리를 내고 웃었다. 어린 것이 뭐가 그리 기쁠까. 달을 보고 웃는 것일까. 아비를 보고 웃는 것일까. 달빛을 담뿍 받고 방긋방긋 웃는 제 새끼를 업은 여자와의 동행,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때 처음 구체적으로 알았다.
아버지는 푸른 달빛에 흠뻑 젖어 아기 업은 제 아내를 데리고 밤길을 가는 인생 노정에 나를 주연으로 출연시키신 것이다. ‘임마, 동반자란 그런 거야’ 하는 의미를 일깨워 준, 아버지는 탁월한 인생 연출자였다. 처네 포대기가 그 연출의 소도구인 셈이었다.
그때 “그 처네 포대기 아버지께서 사오라고 돈을 부쳐 주셔서 사온 거야.” 내가 이실직고를 하자 아내가 “알아요” 했다. 그러고 말하기를, 추석 대목 밑에 어머니가 아기 처네 포대기 사게 돈을 달라고 하자 아버지가 묵묵부답이셨다는 것이다. “며느리를 친정에 보내려면 애를 업고 갈 포대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고 성미를 부리자 아버지가 맞받아서 “애 아비가 어련히 사올까” 하시며 역정을 내셨다고 한다. 아내는 그때 시아버지께서 무심한 신랑과 친정을 보내 주실 모종의 조치를 꾸미고 계시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슴을 두근거렸다고 한다.
교교한 달빛 아래 냇물도 흐름을 멈추고 잠든 것 같았다.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내가 아내의 손을 잡았던 모양이다. “그때 내 손을 꼭 잡던 자기 얼굴을 달빛에 보니 깎아 놓은 밤 같았어.” 아내가 누비처네를 쓸어보며 꿈꾸듯 말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내의 칭찬이었다. 아마 그때 내게 손을 잡힌 걸 의미 깊이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추울 때다. 하루 종일 햇볕에 단 부엌궁둥이에 기대 서서 초저녁별을 바라본 적이 있다. 부엌궁둥이가 그렇게 따뜻하고 은밀하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지 나는 저녁 밥상이 들어갔는데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엌궁둥이로 돌아가서 숨었다. 고샅에서 할머니가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리고, 방안에서는 “그 놈에자식, 밥도 주지 말어” 하시는 아버지의 역정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부엌궁둥이로 돌아가서 바람벽에 외로운 신세를 기대게 될 줄을 알았는지 모를 일이다. 정남향의 바람벽이 동지 섣달 막 저녁 밥상이 들어간 부뚜막처럼 따뜻했다. 거기에 등을 기대고 서서 어두운 산등성이 위로 돋는 별을 바라보니까 서러웠다.
그 후 새신랑인 나는 꽤 여러 번 해질녘이면 부엌궁둥이의 바람벽에 기대고 서서 초저녁별을 바라보았다. 꿈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심한 농사를 지어야 할 건지 말 건지, 이 부엌궁둥이에 와서 젊은 인생의 전말(顚末)을 화두(話頭)로 잡고 고뇌하면 응결된 가슴이 열렸다.


나는 어려서부터 바깥 사랑방에서 증조부와 같이 잠을 잤는데, 증조부께서는 한밤중에 내 엉덩이를 철썩 때리셨다. 오줌 싸지 말고 누고 자라는 사인이었다. 그러면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사랑 뜰에 나가서 앞산 위에 뿌려 놓은 별떨기를 세며 오줌독에 오줌을 누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증조부 머리맡에 놓여 있는 자리끼가 담긴 사기대접을 발로 걷어차서 물 개력을 해 놓고 말았다. 아닌 밤중에 물벼락을 맞으신 증조부께서는 벌떡 일어나서 “어미야-” 하고 안채에다 벽력같이 소릴 치셨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말처럼 어머니야말로 잠결에 달려나오셔서 죄인처럼 황망히 물 개력을 수습하셨다. 그동안 나는 놀란 토끼처럼 구석에서 꼼짝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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