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의 옆자리

로미에게 건넬 인사말을 몇 번이나 곱씹으며 연습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로미는 오늘도 지수와 함께 등교를 했어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거리면서요.
나는 어깨에서 스르르 힘이 빠지는 걸 느꼈어요. 또 실패했어요. 내가 로미의 옆자리에 있고 싶은데, 오늘도 지수에게 뺏기고 말았어요.

지수는 아양을 피우며, 내 손을 잡았어요. 그러고는 연필을 꼭 쥐어 주는데, 유난히 헤진 소매 끝이 눈에 밟혔어요.
지수의 뒷모습을 보는데, 가슴에서 무언가가 복받쳐 올랐어요. 화가 나는 건지, 슬픈 건지, 아니면 짜증이 나는 건지……. 나는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 때문에 당황스러웠어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로미가 왜 지수를 좋아하는지를. 정말 로미를 닮은 건 지수란 것을 말이에요.
아무리 겉모양을 따라 해도 나는 로미를 닮을 수 없었어요.
‘내가 부러운 건 로미의 빛나는 모습이 아니라, 다정한 친구 사이였나 봐.’
하지만 이제 다 끝났어요. 나는 로미의 옆자리에도, 지수의 옆자리에도 있을 수 없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