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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154084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장 내마음의 초가집
세상의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내마음의 초가집
정영상 형에 관한 추억
우리 세상에서 별처럼 흩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며
2장 남도여인숙
라면사냥
속리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남도 여인숙
저녁연기
심봉사는 없다
3장 가을저녁 스케치
참새는 날아가고
내소사 밤하늘, 혹은 오줌 누는 법
가을 저녁 스케치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4장. 화끈 딸기를 위하여
눈이 부신 사람들
꽃들에게 희망을
화끈 딸기를 위하여
우리들의 민간요법
밤 기차를 타다
5장 가을 나그네
정선 가는 길
말, 말, 말
알머리의 추억
밤바다에서 희망을 줍다
가을 나그네
부치치 않은 편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빌어먹을 놈아! 너 잘 되는 꼴, 내 땅속에서도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다.
나는 그 이후로 할머니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다시 찾아본 것은 물론이지만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내 가슴속이거나 혹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땅속에 계시는
것과는 상관없이,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언제 어떤 형태의 욕 무더기를 쏟아부을지 모를
어떤 느낌이 내게 그대로, 늘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할머니의
이 땅에서는 부재不在가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뿐이었다.
사람은 사라지는 것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나는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말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을 담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슬픈 일이다.
침묵은 그래서 금보다 귀하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슬픈 일이다.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을 실어보내 그 뜻을 보일 수만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능력이 우리에겐
차라리 불가항력에 가까운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