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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203171
· 쪽수 : 196쪽
목차
1부
봄봄
불통 단상
할리갈리 게임
빛바랜 명함 한 장
아들의 밥솥
하루살이와의 하루
무릎 장단
2부
네 개의 돌
매화송
사점死點을 넘다
컨트리꼬꼬
천사의 나팔
소생蘇生
빨간 마후라
3부
벚꽃 타전
일진 아들과 왕따 딸
바닷속에 들다
고마리
움직이는 별
구곡산길 이정표
귀향
4부
깨어진 항아리
은행나무 그늘
사문탈사寺門脫蓑
돌비
햇살을 먹고 사는 나무
이야기 혜능慧能
도시 속 유배
5부
한여름 밤의 꿈
천용의 눈물
저자소개
책속에서
발길이 멈춘 곳은 <회의>라는 작품 앞이다. 사각 철판을 중심으로 모양이 다른 뽀얀 회색 돌 네 개를 둘러놓았다. 네 명이 탁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는 분위기다. 그들의 회의에 방해가 될까 봐 발소리를 죽인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으리만큼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들을 자연에서 잠깐 빌려왔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무생물인 돌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광경을 보여준다.
사람은 가고 없지만 돌은 그 자리에 남아 또 다른 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주고 있다. 먼 훗날 돌이 깨어지고 부서져 모래가 된다 해도 바람 따라 퇴적되어 새로운 돌로 살아날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눈앞에 우뚝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할 수 있는 거대하고 묵직한 바위의 부활을 꿈꾼다.
-「네 개의 돌」부분
[작가노트]
2011년 첫 수필집『 염소항아리』를 내면서 천용에 대한 글은 단 한 편도 쓸 수가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막혀 왔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막바지에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았다. 곰곰이 생각하니 죽은 아들에 대한 글 한 편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5월 13일 불현듯 노트북 앞에 앉았다. 첫단락을 쓰기 시작하는데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한참을 울다 쓰기를 반복하면서, 코 풀고 눈물 닦고 다시 썼다. 휴지가 쌓여갔다. 기어이 써야 한다는 의지로 쓰고 또 썼다. 드디어 초고가 완성되었다. 그 후 5년만에 제2수필집을 내면서, 고심 끝에 이 글을 싣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감사드리며, 한편 긴 글로 마음을 어지럽힐까 조심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