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을 때까지

서문을 대신해서
추천의 글

제1부 / 한 번만 찾아와 주오

무엇이 또 올 것인가
한 번만 찾아와 주오
당신은 아프면 안 돼
기도하는 마음이었지만
그 목련 아래 나 홀로 섰소
풀 한 포기를 뽑더라도
말하지 그랬소
그런 줄 알았지
낙원이구려
나 죽을 때까지
자연의 순리대로
여보, 미안해요

제2부 / 그리움 때문이었소

밝혀 두는 말
그리움 때문이었소
미울 수 없는 사랑
거꾸로 흐르는 눈물
푸르던 하늘이
위 선
오지 않은 이별을 두고
수술실에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다 받아야 할 게 아니오
할망구 앞에서
철되면 모든 게
서로가 먼저 가기를
이제 그만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미나리 김치부터
아내의 착각
살려는 의지가
신이 버린 목숨도
백년을 산다고 해도

제3부 / 이별의 노래

이별의 노래
어! 내 남편 여기 있네
엄마 마음은 엄마 마음이지
영원한 애정의 채무자
자신을 위해서 살기를
잡아도, 잡지 않아도
저 간걸한 눈동자를
무슨 징조라도 있으려나
자식들은 모른다
거기 내 식구들이
문지방 너머
눈물 없이 보내주자
죽은 나는 편하겠지
휴직 선고
종합병원
수술 서약서
이구동성

제4부 / 어쩐지 당신은

병원 상대 싸움은 미친 짓이다
어쩐지 당신은
상황에 떠밀려 가다 보니
나이 오십이 늙었단다
아니야, 있어, 당신 가슴이야
그때도 아내는 찔찔 짰었지
더 이상의 고통은
무엇이 아까우랴
우산
나이 몇인데 아직
빗물이 아니어도
이력서
남은 것마저 가져가시지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나는
그래도 아내는 내가 가여웠을 거야

책장을 덮으며
답 없는 죽음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