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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오항녕 교수의 역사 시평)

오항녕 (지은이)
너머북스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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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오항녕 교수의 역사 시평)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역사학 > 역사비평
· ISBN : 9788994606248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4-01-13

책 소개

<조선의 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기록한다는 것> 등을 펴내며, 기억과 기록, 제도와 인간, 국가와 공동체라는 주제를 조선시대 문명 속에서 연구하고 있는 오항녕 교수의 역사 시평.

목차

머리말 마당의 역사를 위하여

1부. 대지를 어떻게 사고파는가
과거의 인디언, 미래의 인디언
나는 보수다
‘세습’을 계기로, 질문
방송에서 못다 한 말
진시황과 한고조의 거리
역사를 지우고 싶은 사람들

2부.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구나
이 다채로운 것들 속에서
임금이 스승이 될 때
역사의 비극적 반복에 대하여
묻지 말았어야 할 질문
역사의 거인을 추모하는 방법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부쳐
도적은 도적일 뿐이다, 다만······
봄눈 속에 감상하는 세한도

3부 국사를 넘어서
국사를 균열 내는 국사
개그콘서트 저리 가라!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위엄
전노협 백서와 조선시대 의궤
국민국가사조차 쪼개는 사람들
기록학이 역사학을 구제하다
계사사화

4부 난세에 즐거워해도 되나
난세에 즐거워해도 되나
벽을 보고 우는 뜻은
사람 못났다고 말을 막지 말고
미안하다, 같이 살라고 해서
네팔 강아지와 군자에게
4할 타자를 기다리며
“당신 몇 살이야?”에 담긴 사회학

저자소개

오항녕 (지은이)    정보 더보기
현재 전주대학교 사학과(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권평화연구원 이사이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태동고전연구소, 한국사상사연구소 연구원, 연변대학교와 튀빙겐대학교 방문교수, 한국고전번역원 이사를 지냈다. 저서로 《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사실을 만난 기억》, 《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 실록이란 무엇인가》,《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조선의 힘》,《 한국 사관제도 성립사》,《 조선초기성리학과 역사학》 등이 있고, 역서로《 사통(史通)》,《 국역 영종대왕실록청의궤(英宗大王實錄廳儀軌)》, 《문곡집(文谷集)》, 《존재집(存齋集)》 등이 있다. 그 외 논문 50여 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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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전략) 결국 철학과 정치의 분리는 철인정치 자체에 내재한 폭력성의 결과이다. 정조의 군사론(君師論)에 따라 국왕이자 철학자이자 스승이 될 경우 아니, 되고자 할 경우 ‘철인-왕 콤플렉스’가 작동한다. 아렌트의 『정치의 약속』을 번역한 김선욱 교수는 ‘철인·왕 콤플렉스’에서 정치의 분질을 철학적 태도로 포착하는 진리 독점의 위험성이 드러나고 그러자면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폭력이 따른다고 하였다. 이 폭력은 통상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정치과정에서 소외시키고 단순한 지시 이행자에 머물게 만드는 폭력이다. 실제 정치에서 정조가 다른 정치세력을 소외시키기에는 힘이 부쳤다. 긍정, 부정을 떠나 조선의 정치제도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규장각은 기존 정치제도를 소외시키려는 방책이었다. 예를 들어, 홍문관이 그렇다. 홍문관은 규장각과 기능의 차이가 없는데도 정조는 굳이 규장각을 만들었다.
둘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방식으로 스스로 지배자의 위치에 올라 교만에 빠지고 타인의 조롱을 받는다.” 이 대목은 좀 어렵다. 정조는 너무도 정당한 방식으로 지배자 위치에 올랐고, 교만에 빠지지도 않았으며, 남들이 조롱하기에는 너무도 철저한 스승(철인)+군주였다. 설사 그렇더라도 군주는 그 자체로 시스템이다. 정조는 정조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서의 군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의 군사론은 전통적인 조선 정치 시스템에서 일탈이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정조 이후의 협애한 세도정치가 이해된다. 다양한 의견이 배제되기 시작하는 전조로서의 정조 시대, 이것이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먼저, ‘네팔 강아지’ 첫째에게.
고모 말에 따르면, 인도 강아지들은 길에 누워 있다가도 차가 오면 피하는데, 네팔 강아지들은 마냥 누워 있다고 했다. 그래서 너의 별명이 ‘네팔 강아지’가 되었지 이제 나이가 차서 네팔 ‘강아지’라고 계속 부르지 못할 테지만. ‘아큐정전’으로 유명한 루쉰의 작품 ‘연’이 떠오르는 일. 루쉰은 동생의 연을 부수기까지 세세한 정황을 다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네가 고집 피우다 조금 이기적이다 싶은 말을 했겠지. 그런데 거기다 대고 “너 같은 녀석은 공부 잘하지 마!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폐나 끼치고, 못살게 굴기나 할 테니!”라고 했다. 독한 말이다. 아비가 자식에게 하기는 힘든 말. 아무튼 그때 나를 바라보던 너의 슬픈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네가 정말 슬플 때 짓는 눈빛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네 고모가 왔을 때 내가 그때 얘기를 했지. 마음에 못내 걸렸다고, 그러자 너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지. “그런 일이 있었나요?” 루쉰은 이걸 복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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