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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중기(임진왜란~경종)
· ISBN : 9788994606552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19-10-0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옮긴이 머리말
서장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큰 전쟁
한국의 민족담론
역사서술에 대한 고민: 개념과 용어
동아시아에서 민족과 근대성 개념
한국 역사학계에서 민족의 개념
역사적 고려: 트라우마와 담론
접근과 구성
1장 의병과 민족담론
서곡
의병 봉기
백성들에게 탄원하다: 격문과 민족담론의 출현
순국: 마음속에서 그리고 전장에서
종족과 민족담론에 대한 수사들
2장 의병과 상상의 공동체 출현
전파 방식과 격문의 수신
의병들의 군사적 활약
인민주권과 재지사족
여파
3장 언어 전쟁: 일본군 점령기 한문의 위상 변화
일본의 혼란한 공간 침투
서울로 진군
히데요시의 점령 계획
조선의 식민지화
서울에서 벌인 대학살
일본군의 후퇴
4장 언어 전략: 일상어를 통한 민족적 공간의 출현
명의 칙서
기다림
명 다루기의 복잡성
조선의 민족적 일상어 공간의 출현
선조의 도약: 조선말로 백성을 호명하다
강화 협상
자존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는 조선
새로운 문어: 한한(韓漢)병용
정서의 언어
전후 문서의 공간
5장 후유증: 몽유록과 기념문화
기념과 전후 담론장
몽유록과 전복
전투: 장례를 치르지 못한 시체
이름 없는 백성의 시신
묻히지 못하는 여성 시체
문학작품의 생산과 패권적 질서
김자현의 연구목록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히데요시는 또한 서로 다른 대관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그중 기요마사에게 보낸 한 명령에는 ‘서비스 여성’이나 첩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쓰카이 메(使い女, つかいめ)’를 요구하는 특이한 항목이 있었다. 이 지시는 일본 당국이 조선인에게 세금, 다른 농산물과 함께 이 ‘서비스 여성’을 보내야 한다고 알린 것이었다. 기타지마는 이러한 명령이 일본의 고위 관료와 대관, 지방행정의 책임자 및 기타 책임 있는 장수들에게 섹스를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고려할 때 ‘서비스 여성’에 대한 이러한 언급은 잠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큰 주제이다. 이 문제를 온전히 다루려면, 당대 사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16세기의 맥락에서 점령군의 여성 정복 실태와 그 의미의 맥락을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점령지 여성에 대한 강간은 전시에는 일반적 현상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서비스 여성’에 대한 제도화를 최상위 기구에서 시작한 점이다. 우리는 ‘서비스 여성’의 규모나 누구를 ‘서비스 여성’으로 동원했는지, 이러한 풍습이 민간 가정에서 얼마나 일어났는지, 혹은 얼마나 강제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조선 여성을 일본 점령자가 ‘서비스 여성’으로 취급한 증거가 있다. 그뿐 아니라 이 ‘서비스 여성’이 그들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조선 남성은 환대하지 않았다. 『난중잡록』은 이와 관련된 여성 이야기를 전한다. 의병장 김면은 지례(知禮)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적병을 모두 태워 죽였다. 그는 전라도에서 일본군에게 사로잡혀 온 수많은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했다. 여성들은 목숨을 구걸했지만, 김면은 그들 또한 일본 병사들과 함께 태워 죽였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음과 같은 젠더화한 상징 및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럽혀진 여성은 자기 여자를 지키지 못한, 정복당한 남성의 거세를 상징하며, 남성의 분노는 더럽혀진 여성에게 향했다. 강간으로 태어날 혼혈 자식에 대한 공포도 존재했다. 여성의 순결이 상징하는 것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는 임진전쟁뿐만 아니라 병자호란(1636~1637) 때도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민족적이면서도 국가적인 정체성 차원의 문제였다는 점을 언급해두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민족담론이 16세기 말(1392~1910) 조선에 등장했으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지속했음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