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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건강정보 > 건강에세이/건강정보
· ISBN : 9788994651224
· 쪽수 : 326쪽
· 출판일 : 2018-06-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_ 감정이 의료를 좌우한다
1.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의사-환자 관계도 이해하고 공감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사이에 놓인 여러 장벽들이 공감을 방해한다. 고통 받는 환자의 처지를 공감하고 더 나은 치료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__줄리아 이야기 1
2.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그러나 숨 막히는 의료현장에 머무는 동안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식이 소멸해가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환자를 보는 의사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살펴본다.
__줄리아 이야기 2
3.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자신의 판단이 타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압박이자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판단을 흐리게 해서도 안 되지만, 생사가 걸린 일을 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어서도 안 된다. 건강하고 올바른 의료를 위한 의사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__줄리아 이야기 3
4. 밤낮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
함께 대화하고 치료의 길을 찾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 쓰디쓴 고통과 슬픔을 남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매일 매 순간 밤낮없이 찾아온다. 고통과 슬픔은 때때로 의사를 무너뜨리고 다른 환자들의 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__줄리아 이야기 4
5. 실수와 자책 그리고 수치심
의사들은 스스로 완벽하기를 바란다. 환자들도 의사가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한 번의 실수가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사람에게, 실수는 스스로에 대한 가혹한 비난과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__줄리아 이야기 5
6.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와 환멸
밤낮없이 돌아가는 병원의 일상.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마음 편히 잠들지도 못하는 의사들은 번아웃이나 환멸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토록 바랐던 의료인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더 나은 의료를 위해 의사의 번아웃과 환멸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__줄리아 이야기 6
7. 의료소송과 좌절감
의사의 삶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법적인 분쟁과 그로 인한 좌절감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소송을 피하려는 마음이 의사들의 위험 회피 경향을 만들고, 이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의료분쟁을 최소화하고 의사의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__줄리아 이야기
맺음말
감사의 글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지금, 이 환자의 나쁜 냄새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가졌던 어린 시절의 열정이 저 바퀴벌레를 보고 나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부터 역겨움이 일었고, 그 어떤 합리적인 생각으로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3분 쯤 지났을까? 간호조무사 한 사람이 나타났다. 나이가 좀 있는 아이티 출신 여성이었다. 그녀는 곧장 환자에게 다가가서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환자와 눈을 맞추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엉겨 붙은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환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간호보조사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환자를 부축해서 샤워실로 향했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그들이 데스크를 지나갈 때, 환자를 격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새 옷을 가져다줄게요. 간호조무사의 팔이 환자의 어깨를 보듬고 있었다. 조용한 장소를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
나는 여전히 책상 뒤에 숨은 채였고, 경외심으로 가득했고, 몹시 부끄러웠다.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강렬하던 냄새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책상 뒤에서 의학에 대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중에서
5번 베드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을 밀쳐 내고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제가 내과 책임자입니다.” 긴장한 티가 나지 않게 소리를 꾹 눌러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뇌가 쪼개진 것 같았고 머릿속이 캄캄했다.
레지던트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보고했다. 환자는 72세의 남성으로 당뇨와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다. 작년에 뇌졸중과 폐렴으로 입원했고, 항생제 알러지 반응과 신부전 병력이 있다. 3일 전에 울혈성 심부전으로 내과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으며, 지난밤 열이 치솟았고, 섬망이 있었지만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응이 없다. 맥박은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혈압은 70으로 떨어져 있다.
아니, 아마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가 말을 끝낸 지 20초 밖에 되지 않았는데, 20년은 지난 것처럼 아무 것도 되뇔 수 없었다. 그의 말들이 내 머릿속에서 갈 길을 잃고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말 좀 해봐’ 나는 스스로에게 애원했다. “흉부압박.”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산소를 계속 주세요. 라인 연결하고 심전도 체크하세요.”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환자를 살리는 기본사항 쯤은 다 아는 거잖아. 그런데 뭘 해야 하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서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문심장소생술? 연수 때 배운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은 모두 다 논리적이었고, 마네킹 실습을 할 때는 너무 쉽고 간단해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 내가 키를 쥔 바람에 더 오래 살기 힘들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자 그 때 배운 프로토콜의 매듭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_ 「생사가 걸린 일의 두려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