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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전집 : 꽃속에 꽃을 피우다 1

이상 시 전집 : 꽃속에 꽃을 피우다 1

(신범순 원전주해)

신범순 (엮은이)
나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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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전집 : 꽃속에 꽃을 피우다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이상 시 전집 : 꽃속에 꽃을 피우다 1 (신범순 원전주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4940656
· 쪽수 : 676쪽
· 출판일 : 2017-12-12

책 소개

20여 년간 이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식민지 시기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이해되어온 이상의 진면목을 보다 확장된 역사철학적, 신화적 지평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다시금 전반적으로 세세히 이상 문학을 주해하고자 했다.

목차

머리말 4
제1부 원본 주해
제1장 황 연작 · ‘유고노트’ 시편 17
1절 황 연작 28
무제?? 28 1931년 (작품 제1번) 46 무제?죽은 개의 에스푸리
58 황의 기(작품 제2번) 65 작품 제3번 80
2절 ‘유고노트’ 시편 87
무제?손가락같은 여인 87 각혈의 아침 90 무제?최초의 소변 98
회한(悔恨)의장 112 단장 115 습작쇼오윈도우수점 118 習作 쇼
오윈도우 數點 119 애야(?나는 한 매춘부를 생각한다?) 121
제2장 사진첩 시편 131
척각 134 아침 135 거리 136 수인(囚人)이만든상자정원 137 육친의
장(章) 138 최후 141 골편(骨片)에관한무제 141 내과 143 가구(街衢)
의 추위 145
제3장 산문시편 147
얼마 안되는 변해(1년이라는 제목) 150 무제?육면거울방 170 구두
177 공포의 성채 186
제4장 조감도 외 초기 일본어 시편 197
1절 異常한可逆反應 204
이상한가역반응 204 파편의경치 210 ▽의유희 214 수염 217
BOITEAUX · BOITEUSE 223 공복(空腹)― 226
2절 鳥瞰圖 230
2인?1 230 2인?2 231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 233
LE URINE 235 얼굴 244 운동 246 광녀의고백 248
흥행물천사 258
3절 三次角設計圖 264
선에관한각서1 264 선에관한각서2 268 선에관한각서3
271 선에관한각서4 273 선에관한각서5 274 선에관한
각서6 280 선에관한각서7 286
4절 建築無限六面角體 291
AU MAGASIN DE NOUVEAUTES 291 열하약도 No2 (미정고)
299 진단 0 : 1 301 이십이년(二十二年) 303 출판법 305
차(且)8씨의 출발 314 한낮?어느 ESQUISSE 323
제5장 ?나무 외 초기 한글 시편 329
?나무 332 이런시 333 1933,6,1 334 거울 336 보통기념 339
제6장 오감도 시편 343
烏瞰圖 346 시제1호 347 시제2호 350 시제3호 351 시제4호 352 시
제5호 353 시제6호 354 시제7호 356 시제8호 해부 360 시제9호 총구
364 시제10호 나비 365 시제11호 367 시제12호 368 시제13호 369 시
제14호 370 시제15호 373
제7장 지비 외 오감도 이후 시편 377
· 소 · 영 · 위 · 제 · ·(·素·榮·爲·題·) 382 정식(正 式)Ⅰ~Ⅵ 385 지비(紙碑)
392 지비(紙碑)(?어디갔는지모르는안해) 393 I WED A TOY BRIDE 396
파 첩(破帖) 402 무제?출분한 안해 415 가외가전(街外街傳) 418 명경
430
제8장 역단 시편 433
易 斷 436 화로 436 아츰 438 가정 439 역단(易斷) 441 행로 443
제9장 위독 시편 445
危 篤 450 ○ 금제(禁制) 450 ○ 추구 451 ○ 침몰(沈歿) 453 ○ 절벽
454 ○ 백화(白畵) 455 ○ 문벌(門 閥) 456 ○ 위치 457 ○ 매춘(買春)
459 ○ 생애 460 ○ 내부 462 ○ 육친 465 ○ 자상(自像) 466
제10장 실낙원 시편 외 471
失樂園 474 소녀 475 육친의 장 480 실낙원 484 면경(面鏡) 489
자화상(습작) 495 월상(月傷) 499 최저낙원(유고) 504 청령(??) 514
한개의 밤 515 무제?궐련기러기 518
제2부 시 원문(일본어 시와 한글 시) 523
제3부 추도시 609
제4부 생애와 창작의 연대기 635
시 연보 645
이상의 예술과 행적 그리고 사상 649
찾아보기 665
부록 이상을 따라가보는 문학산책지도

저자소개

신범순 (감수)    정보 더보기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상학회 회장과 한국현대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자는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구인회 파라솔(PARA-SOL)파의 사상과 예술 : 신체악기(ORGANE)의 삶, 신체극장의 아크로바티(ACROBATIe)>를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 :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2007)과 『노래의 상상계 : ‘수사’와 존재생태 기호학』(2011)에 이어지는 대표 저작으로 꼽는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자 그간 저자가 탐색해온 ‘학문적 진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4세대 국문학자로서 근대적 학문 제도를 뛰어넘어 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의 학문을 열기 위한 모색을 선도해 왔다. 그는 한국 문학 연구에서 ‘서구’ ‘근대’ 이론의 추수를 반성하고 새로운 학문 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를 가장 실천적으로 보여준 학자다. 또한 문학과 예술이 점유하는 자유로운 영토 안에서 가장 광대한 사유를 발견하고, 풍요로운 사회적 진화를 꿈꿀 수 있음을 끊임없이 역설해 왔다. 이러한 입장을 학문적 결실로 맺기 위해 저자는 미적 근대를 한국 현대 문학의 최고 이념처럼 여기는 연구 풍토와 전쟁도 불사하는 투사적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저작에서뿐만 아니라 그의 새로운 책에도 ‘전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가 근대적인 거울 세계와의 전쟁을 치르는 시인이자 전사이며 학자인 이상 문학 연구에 오랜 시간 매진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저자가 꼽은 대표 저서를 볼 때, 그의 연구는 크게 이상 문학과 노래를 중심으로 한 현대시의 계보 탐구로 구분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둘은 매우 상보적인 관계에 있으며, 결국은 하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눈이 밝은 독자라면, 이상의 문학 세계를 통해 도출된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이라는 주제가 한국 현대 시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에도 중요한 사유를 제공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 :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2007)와 『이상 문학 연구 : 불과 홍수의 달』(2013) 등은 이상 문학을 역사철학과 신화적 지평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이상 시 전집: 꽃속에 꽃을 피우다>(2017)은 기존의 이상 시 전집에 나타난 오류를 수정하고 이상 시에 대한 총체적이고 꼼꼼한 주해를 달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머리말

이상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려 시도했던,
그러나 좌절하고 그만 둔 많은 독자에게
이상 김해경의 시들을 새롭게 불러들여 하나의 집을 지었다. 만일 이상이 생전에 자
신의 시집을 냈다면 어떤 제목을 거기 붙였을까 고민해보았다. 마지막 동경시절 이
상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기갈을 느끼며 먼 이국의 땅에서 방황하다 ‘꽃’을 잃어버
리고 죽어갔다. 그는 「실화(失花)」란 소설을 마지막에 남겼다. 그리고 연대를 알 수
없고 제목도 없는 시 한편을 남겼다. 그것은 최후의 담배에 대한 것이며, 「실화」의
한 대목에 나왔던 파이프 담배와도 연관된 것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의 사유
는 시작되고 그의 예술의 꽃은 피어났으니, 그 담배의 최후는 ‘예술의 꽃’의 최후였
던 셈이다.
나는 이상의 이 ‘꽃’을 그의 시집 제목으로 삼으려 한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시기 자
신의 예술적 생애의 ‘종생기’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속에꽃을피우다’란
제목은 이러한 ‘종생기’에서 최후를 맞은 이상의 ‘꽃’의 출발점에서 가져온 것이
다.
이상은 방대한 작품들을 노트에 칼날같은 펜으로 빼곡이 적어 놓았었다. 그의 유고
노트들은 그의 사후 행방을 감췄다가 후대에 청계천 헌책방에서 거의 다 뜯겨진 채
일부만 남은 상태로 조연현 교수의 손에 전해졌다. 그가 그것을 이상의 창작노트로
확인하고, 김윤성이 번역하여 공개된 작품 중의 하나가 동물 인간적 존재인 ‘황’이
나오는 장편 시이다. 제목이 없기 때문에 「무제?황」이라고 나가 명명한 이 시의 앞
부분에 이 시집의 제목으로 삼은 구절이 나온다. “땀이 꽃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
다.”라고 이상은 썼다. 순수한 정신의 상징인 순백의 유니폼을 입고 매일 아침 어느
먼 시대의 왕이 다스리던 왕국의 유적 주변을 산책하는 이 시의 주인공(이상 자신)
은 ‘소프라노의 산책’을 하면서 땀을 흘린다.
태고의 왕은 ‘故王’으로 불리운다. 그의 유적은 ‘제1의 현지’와 ‘제2의 현지’로 되어
있으며, 거기에 왕의 정사를 빛내던 금환은 녹슨채 방치되어 있다. 그러나 고왕의 잔
(觴)은 어딘가에 남아있으며, 그 오랜 세월을 견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잔에 넘치는
물을 세상에 흘려보내고 있다. 이상은 태고의 폐허 속에 숨겨진 이 ‘성배’를 찾고 있
는 것이다. 그가 매일 산책하면서 흘리는 땀은 그저 산책하는 발걸음의 신체적 운동
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어딘가에 있을 ‘성배’를 향한 숨가쁜 정신적 탐색을 동
반하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땀은 시의 첫줄에 나오는 ‘고왕의 땀’과 연결
된 것이기도 하다. 고왕이 땀을 흘리며 축성했던 어느 왕국의 유적, 그 속의 잔과 금
환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던 성물들이었다. 그것이 고왕의 ‘꽃’이었을 것이
다. 고왕은 자신의 땀을 흘리며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것을 만들었고, 후대에 그것을
전승시키려 했다. 금환은 녹슬어버렸지만 잔(觴)은 여전히 넘치는 고왕의 덕을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 그 고왕의 유적 주위를 산책하며 고왕이 땀을 흘려
창조해낸 왕국의 비밀, 그 성배의 비밀에 다가서려 노력한다. 결국 ‘나의 땀’은 ‘고
왕의 땀’을 계승하려는 것이다. “땀이 꽃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구절은 이
시에 대한 나의 어려운 독해 끝에 이렇게 그 비밀을 드러냈다.
‘꽃속의 꽃’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한동안 이 물음을 풀기 위해 애썼다. 이 시 전체
의 난해한 장막을 거둬내야 그 대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시의 구석구석을 답사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상 자신의 ‘산책의 지리학’을 구축해보는 것도 필요
했다. 고왕의 유적인 제1의 현지와 제2의 현지는 이상의 ‘산책의 지도’에서 과연 어
떤 대응물을 갖고 있을까? 이 시의 1장 뒷부분에 나오는 개 인간 황의 유폐와 연관된
‘아방궁’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나는 이상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와 모티프들, 그리고 그의 집과 주변의 산책로와 식민지 권력의 건축
물들, 그리고 일제가 폐쇄시킨 우리 왕국의 유적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의 몽상
적 추론 속에서 서서히 사직단에 배치된 두 개의 단 즉 사단과 직단이 두 개의 현지
와 대응되었다. 그리고 ‘아방궁’은 친일파였던 윤덕영 자작이 프랑스풍으로 호화롭
게 건축했던 송석원 건물 속칭 ‘한양 아방궁’(또는 ‘조선 아방궁’)으로 불리었던 그
건물과 대응되었다.
물론 이러한 대응이 조선의 왕들, 그리고 그들이 제의를 치르던 사직단, 조선의 왕권
을 빼앗고 식민화한 일제의 침탈 등의 실제 역사를 이 시에서 읽어내는 것으로 인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실제 역사를 어느 정도 암시하면서도 그 너머에 더 거대하
게 확장된 인류 역사 전체에 대한 상징적 암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황’은 여기서 선사시대적 존재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을 뒤뜰에 유
폐시킨 ‘아방궁’은 인류역사를 주도해온 호화롭고도 강력한 권력의 상징물로 읽힐
수 있다.
인간의 자연적 육체성을 가리키는 ‘황’은 고왕의 시대에 구축된 ‘성배의 나라’에서
는 유폐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에서 ‘황’은 ‘아방궁’이 언급되면서 비로소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주도적 주제는 유폐된 황이 ‘나’와 대화를 해나가면서 비로소 부
각된다. ‘황’은 피스톨을 ‘내’게 내밀면서 자신을 유폐시킨 ‘마드므와젤 나시’를 제
발 죽여달라고 ‘내’게 애원한다. 이 ‘나시’는 무엇인가? 바로 ‘아방궁’의 주인이 아
닌가? 아방궁의 주인은 윤덕영 자작으로부터 이상의 시대에는 일본 황실의 ‘나시
(나시모토미야 모리마사)’ 가문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마드므와젤’이란 프랑스어
를 가미한 것은 이상이 자신의 시대 식민 권력의 검열을 의식해서 ‘불온함’을 완화
하려는 의도에서 붙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은폐의 수사학 뒤에는 실제적이며 상
징적인 의미도 있다. 윤덕영 자작의 ‘한양 아방궁’은 프랑스풍으로 건축된 것이었
으니 말이다. 그리고 ‘황’이 대결하며 죽여달라고 하는 대상은 일제의 권력이 아니
라 인류 역사 전체의 주도적 권력인 것이다. 일제의 식민 권력은 그러한 역사의 일부
이며, 이상이 살던 시대에 그를 억압하고 유폐시킨 존재일 뿐이다.
이상은 자신이 살던 통인동 집과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직단, 그리고 인왕산
기슭에 있는 송석원의 ‘한양 아방궁’ 주변을 산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신적
산책, 육체(‘황’으로 표현된)의 ‘소프라노 산책’은 실제적인 ‘지리학’을 상징적인 지
리학으로 상승시켰다. 그의 ‘땀’은 몽상 속에서 ‘제천의 발자국 소리’를 작곡하며 그
의 산책을 ‘토끼와 거북이의 길’로 이끌어갔다. 이 시에서 이상은 ‘토끼와 거북이’란
단어를 두 번 되풀이했다. 그것은 고왕의 유적을 밀폐시킨 철조망을 뚫고 들어가 그
속의 숲속을 답사하는 행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상의 산책이 거닐었던 실제 지
리학을 상징적 지리학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현지를 구축한 왕을 사직
단을 구축한 조선의 왕이 아니라 설화적인 왕, 즉 토끼와 거북이가 나오는 ‘수궁가’
의 왕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화에서 용왕은 병들었다.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별주부는 토끼의 간을 구해야 했다. 별주부는 토끼를 꾀어내어 둘이 함께 용왕
이 사는 수궁으로 향한다. 설화 속의 토끼와 거북이가 함께 수궁을 향해가는 이 대목
이 이상에게 채택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의 ‘고왕’을 수궁가의 ‘용
왕’과 대응시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우리의 설화 「별주부전」(판소리에서는
「수궁가」)을 자신의 ‘성배 이야기’로 번안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시집 제목을 왜 ‘꽃속에꽃을피우다’로 달았는가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이
상의 유고 노트에 살아남은 「무제?황」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고 있다. 이상이 동
경의 밤거리를 방황하다 잃어버린 그 꽃의 기원에는 이렇게 아득하고 광대한 이야
기들이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상은 고왕의 유적을 답사하면서 고왕의 땀이
만들어낸 ‘꽃’을 알게 되었다. 그 ‘꽃’은 지금도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물의 근원인
고왕의 성배, 즉 뿔잔(觴)이었다. 녹슬은 금환도 그 ‘꽃’이지만 그것은 ‘현지’의 폐허
위에서 뒹굴고 있다. 이상의 정신적 산책은 이것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
리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꽃’을 피우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
다. 즉 ‘고왕의 꽃’ 속에서 ‘자신의 꽃’을 피우는 일을 그는 해나가야 했던 것이다. 그
의 창작 노트들은 바로 그러한 ‘꽃 피우기’에 대한 이야기이며, 바로 그 ‘꽃’들이기
도 했다. 나는 이상의 시들을 최대한 원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시켜가면서 이 꽃
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그렇게 해서 ‘꽃속의 꽃’들이 하나의 꽃밭이 되었
으며, 하나의 유적처럼 되었다. 후세의 산책가들이 이 유적을 답사하면서 또 다른
‘꽃속의 꽃’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상의 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왔고, 해방 이후 김기림의 『이상선집』 이후 여
러 차례 전집의 간행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새롭게 이상 시 전집을 엮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상 시 전반을 전집으로 꾸민 ‘꽃속에꽃을피우다’는 이상 시 원전에 대
한 완벽한 재현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이미 여러 번 전집이 기획되고 간행되었
지만 첫 번역자들의 일부 오류가 수정되지 않고 계속 되풀이된 것이 많았다. 이번 전
집에서는 첫 번역자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다시 처음 번역해보는 자
세로 임했으며, 그 결과 여러 오류를 파악하고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상의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특이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가
과감하게 자신의 창조적인 기질을 발휘하고,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일그러뜨리거
나 변형하고, 심지어 새로운 단어를 창조하기도 했는데, 번역자들과 그 이후 전집 기
획자들이 이러한 이상의 의도를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의 창조적인 부
분이 다시금 평범한 지식과 교양 그리고 관습적 규칙들로 소환되었다. 낯설은 것들
은 우리에게 낯익은 것들로 전환되었다. 해석자들은 흔히 자신들의 교양과 지식에
맞게끔 텍스트를 조정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무제?황」에서 들어볼 수 있다. 이상은 이 텍스트를 자신만의 규칙
을 갖는 일어표기를 따랐다. 시 본문 전체를 주로 가타카나로 표기했고, ‘소프라노’
란 외래어와 ‘당신은’ 부분의 ‘あなた’만 히라가나로 표기했다. ‘유니폼’이란 외래
어도 있지만 그것 역시 다른 본문처럼 가타카나로 표기했다. 물론 번역에서는 이러
한 것들의 층차가 지닌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의 창작어와 띄어쓰
기 문장 부호들에 대해서 그가 의미있게 제시한 창조성을 우리는 충분히 반영했어
야 했다. 그는 이 시의 말없음표를 모두 4개의 둥근 점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띄어쓰
기도 2칸, 3칸, 4칸 등으로 다양하게 하였으며, 자신의 독특한 호흡을 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첫 번역자들에 의해 무시되었으며, 그 후에도 전혀 그에 대해 문제제
기가 없었다. 따라서 신중하게 고려된 이상의 표기법과 문장의 배치 구도가 원래 모
습에서 변형되었던 것이다.
이 시에서 ‘유쾌’라고 번역된 것과 ‘백발노인’으로 번역된 것은 이상이 ‘偸快’(투쾌)
라고 쓴 것과 ‘白?(백희)’라고 쓴 것을 잘못 번역한 것이다. 이 ‘偸快’는 이상의 다
른 시 「정식」에서도 나오는 단어인데 그 시 번역자들도 거의 모두 ‘유쾌’의 오식으
로 다뤘다. 그러나 이것은 이상이 분명하게 원고상에 ‘투쾌’로 쓴 것이어서 오식이
될 수 없다. ‘白?(백희)’는 이상이 기존의 ‘百?’란 단어를 변형시킨 것이다. 그러
나 번역자들은 원고의 글자가 희미해서 이 단어를 놓친 것 같다.
이 시의 다른 부분에서도 번역의 오류들이 보인다. “나의 산책은 끊어지기 쉬웠다”
부분은 “내 산책에서 토끼와 거북의 길은 끊어지기 쉬웠다”로 수정되어야 하는데,
기존 번역자들은 첫 번역자가 놓친 부분을 수정하지 못했다. ‘토끼와 거북’에 해당
하는 한자가 잘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상이 일본식으로 간략
하게 된 한자를 쓰기도 했기 때문인데, 거북 구 ‘龜’에 해당하는 약자 ‘?’가 바로 그
것이다. 길게 세로로 늘어선 행들을 긴 노트에 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도 있다. ‘표
찰’ 옆에 본문보다 2배 이상 크게 씌어진 ‘?(황)’은 표찰에 씌어진 것을 보여주는 것
이었는데, 그 후에 그 긴 행들을 잘라서 배치하면서 그 글자의 원래 위치가 어긋나버
렸다. 그래서 ‘?’이란 글자는 엉뚱한 곳으로 옮겨갔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됨으로
써 텍스트는 뒤틀렸고, 심지어 이 글자를 그 뒤에 연속되는 부분의 제목처럼 처리해
서 싣는 경우들이 생겼다.
물론 이상의 다른 여러 작품의 번역이 모두 이렇게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
다. 「무제-황」은 유달리 여러 문제를 제시한 모델이 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
서 문제된 것과 비슷한 경우가 여러 작품의 번역에 산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원본주해판과 수정확정판을 함께 펴낸다. 원본주해판은 원본 비평에 해당
한다. 충실히 원본을 고정시키고, 이상의 난해한 구절을 풀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
다. 이 판은 지금까지 거의 손대지 못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것 모두를 풀이하
려 시도한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상의 수수께끼를 풀어보
려 시도했던, 그러나 대개는 좌절하고 그만 둔 많은 독자에게 호기심과 어느 정도의
충족감, 나아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야심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연구자를 위해서는
발표 상태 그대로의 원문을 함께 실어 연구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하였다. 창작 노트
의 원고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수준에서 끌어모아 보았다. 다음 기회에 미비
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이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확정판 시집은 원본주해판에서 수행된 원본 비평을 토대로 새롭게 구축된 한
글판 시집이다. 일반 독자를 위해서 어려운 한문 구절을 한글화시켜 가독성 있게 만
들기 위한 것이었다. 기존의 전집들에서 고정시켜놓은 원본을 비평해서 문제가 있
는 부분들을 수정한 것을 이 시집에 반영했다. 따라서 이 시집은 가독성 있게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원본 확정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상 시는 이 시집
에 실린 것을 완성본으로 삼아 읽었으면 한다.

편저자 신범순


이상의 새로운 진실
- ‘기괴한 천재’와 ‘피에로의 가면’을 벗겨내다.


「오감도」의 「시제1호」에서 도로를 질주하는 ‘13인의 아해들’의 질주’와 연관시키고, 그 이전의 「삼차각설계도」 시편들의 ‘빛보다 빠른 질주’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 모든 질주는 감금적인 ‘원’을 살해하는 ‘직선의 질주’이며, 마드므와젤 나시와의 전쟁을 위한 ‘탄환의 질주’이다. 결국 이 전쟁의 무서운 질주는 전쟁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감금된 세계 저 너머에 있을 낙원적 세계를 향한 것임을 아는 것이 이상의 시 전체, 아니 그의 문학 전체를 읽는 요점이다. 그 낙원의 맛을 함축한 ‘정육사탕’의 공간을 우리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점점 더 우리와 지구 안에서 그러한 ‘정육사탕’의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상의 시를 읽는 것은 그의 기괴한 실험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펼쳐놓은 이 낙원을 향한 전쟁과 낙원의 창조를 위한 기획을 읽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이상시전집(<<꽃속에꽃을피우다>>)에서는 1장에 「황」 연작 시편들을 배치했다. 이 시편들은 ‘황’이란 개와 ‘나’를 관련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이다. ‘황’은 ‘나’의 육체성을 ‘개’의 동물적 기호로 드러낸 것이다. 「황」 연작은 ‘동물신체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사진첩’ 시편의 주제는 ‘나’의 식물적 이미지, 즉 나무인간 이미지를 표현한 것들이다. 이것을 식물신체 텍스트라고 불러보기로 하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상은 이렇게 자신의 자연적 육체성을 드러내는 동물신체 텍스트와 식물신체 텍스트를 써나갔다. 이 둘을 통합해서 그는 자신의 육체성을 동물과 식물의 생태적 모티프들로 채워넣었다. 그는 그것으로 ‘역사 텍스트’를 뚫고 나갈 셈이었다. 인류의 역사 저 너머 미래에 도달해야 할 낙원에 대한 상상력을 그렇게 해서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황」 연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제3번」에서 매우 짧지만 이상이 상상했던 미래의 어느 날 드디어 찾아온 ‘낙원의 봄날’을 볼 수 있다. 지상을 푸르른 봄의 향기로운 녹색으로 휘감은 낙원의 풍경이 거기 제시된다. 마치 아담과도 같은 한 남자는 ‘자수같이 아름다운 수염’을 보여준다. 이상에게는 이 ‘아름다운 수염’이 낙원의 기호였다.
그에게는 이렇게 고심참담한 사색과 연구와 창조를 해가며 바라보는 미래의 낙원이 있었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전쟁과 낙원의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 ‘낙원 프로젝트’가 바로 「황」 연작과 ‘사진첩’ 시편이다. 신범순 교수가 이상시전집의 첫머리(1장 1절)를 「황」 연작으로 시작한 것은 이 연작이 이상의 면모를 가장 최상의 수준에서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노트에 쓴 것이니 일종의 ‘습작’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연구 풍토였다. 그러나 이 연작들은 이미 이상의 시적 예술적 사상적 달성도의 한 정점을 성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일본어로 쓰였으나 일제에 대해 당대 어느 시인보다 더 맹렬한 비판적 사유와 공격적 언어를 담고 있다. 당대 매체에 발표된 「출판법」 같은 시에서도 그러한 면모가 나타났지만, 발표되지 않은 상태의 원고로 남게 된 「황」 연작은 식민 권력에 대한 비판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 높았다. 발표되지 않았기에 검열의 압박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무제-황」은 일본 황실가를 암시하는 ‘나시’와의 전쟁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의 자연적 육체성을 암시하는 ‘황’을 유폐시킨 ‘나시’는 이후 시편인 「1931년 (작품제1번)」의 리양(梨孃)과 「황의기 작품제2번」의 R의학박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나’의 자연적 육체성을 인공화하거나 과학적 의학적으로 관리하는 적대적 존재들로 나타난다. 이상은 이 연작들을 통해서 단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인류사적 주제를 다뤘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사적인 병(病) 이야기를 인류사 전체 속에서 조망했다.


일본 제국을 향해 쏜 총알, 「오감도(烏瞰圖)」
▲ 「烏瞰圖-詩第一號」의 ‘13’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다. 불길한 숫자로 보는 등 이상의 사상적 문맥과 동떨어진 분석은 맞지 않는다. 이상은 「1931년 작품 제1번」에서 ‘13시’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12시를 초월한 시간이다. 현실을 지배하는 시계 시간의 한계성을 탈주한 시간의 표상이 ‘13시’다. 아마 13명의 아해들도 그러한 한계성에 갇힌 원 바깥으로 탈주하는 존재들일 것이다.
▲ 「烏瞰圖-詩第三號」는 싸움에 대해 이야기다. 이 ‘싸움’은 일본 제국의 전쟁을 가리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싸움하는 사람’을 비판하려는 이 시는 싸움 이야기를 마치 궤변가들의 수사학적 말놀음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렇게 한 것은 일제를 포함해서 전쟁을 야기하는 세력들에 대한 비판적 의도를 안으로 숨기기 위한 전략이다. 「출판법」에서 말한 것 같은 전략적 글쓰기다. 이상은 이 ‘싸움쟁이’를 일본으로 생각하고 이 시를 쓴 것이 아닐까?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열하약도」와 「二十二年」 「출판법」 등은 일제의 만주 침략과 한반도 병합, 강렬한 사상적 검열통치 등을 비판하고 있다.
▲ 「烏瞰圖-詩第五號」에서 이상은 일제에 식민화된 상황을 ‘침수된 축사’에 비유하고 있다. 이상의 초인적 존재에 대한 탐구 주제에 맞물린 타란툴라적 세계의 표상들을 역사의 계보학, 정치, 과학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드러내던 것이 이 시를 통해서 일상의 처참한 차원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보여준다.
▲ 「烏瞰圖-詩第十二號」에서 이상은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 떼를 ‘때묻은 빨래조각 한 뭉탱이’에 비유하고 있다. 공중으로 날아가다 떨어져 내린 ‘때묻은 빨래조각’ 이미지는 비둘기에 부여되었던 ‘평화’의 빛나는 이미지를 여지없이 전복시킨다. 여기서 비둘기는 평화 자체의 상징이기보다 ‘평화’가 왔다는 ‘선전(宣傳)’으로 변화되어 있다. 이 ‘선전’은 “이 손바닥만한 한조각 하늘”이편에 전해지는 소식이다. 이상은 ‘하늘’의 광대한 이미지를 정반대로 축소시켜 놓고 있다. ‘손바닥’과 ‘한조각’ 같은 이미지가 하늘을 빨래보다 오히려 작은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하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자기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의 영토와 재산을 착취하기 위해 침략하는 세력들의 전쟁과 관련된다.
비둘기들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의 때를 잔뜩 묻히고 한조각 하늘 저편에서 날아왔다. 그들은 빛나는 평화의 소식을 전해주는 대신 자신들에게 묻어 있는 전쟁의 때를 씻기에 바쁘다. 이렇게 전쟁의 때가 잔뜩 묻은 평화는 사실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이러한 전쟁은 누군가는 승리했고, 누군가는 패한 전쟁이다. 전쟁이 끝났을지 모르지만 승리와 패배를 통한 착취와 억압, 그 반대의 고뇌와 절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비둘기들이 가져다줄만한 진정한 평화의 소식은 사실 거의 없는 것이다. 전쟁의 형태와 방식들은 매우 다양하며, 비둘기들은 언제고 어디서고 전쟁의 폭력적인 손길을 피할 수 없다. 방망이로 평화의 비둘기들을 때려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이편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아마 이상은 당시 식민지 상황 속에서 시민들, 특히 조선민족을 위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망이를 휘둘러대는 경찰이나 군대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전쟁은 무기 없이도 진행되는 것이며, 이상은 「출판법」에서 이미 검열을 통한 사상전쟁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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