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세상사는 조각보

고희 언덕에 올라

첫 조각. 연꽃 보자고 무안까지
고니가 송지호에서 자다 / 방아다리 삼방약수터 / 요나성당 / 백록담에서 주상절리대까지…

두 조각. 인연은 세상 사는 조각보
눈 덮인 산길에 서서 / 인연은 이 세상 사는 조각보 / 편지 답장 / 강물 위에 우연이 떴다 / 벙거지…

세 조각. 벚꽃 그늘에서 웃었네
벚꽃 그늘에서 웃었네 / 망초꽃이 보인다 / 팥배나무 꽃이 산에 피다 / 사스끼 분재 / 느티나무 그늘 밑으로…

네 조각. 해를 끌어안고 바다는 황홀하다
차를 마시려 한다 / 모두들 단비라 한다 / 부활절 아침 / 사월 초파일 / 지난 여름은 솔직했다…

다섯 조각. 안압지의 야경
보림사 석등은 앙증맞다 / 안압지의 야경 / 종묘 뜰에 까치가 나무를 물고 날아간다…

여섯 조각. 계곡에 물이 흐르면 노래가 나온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 계곡에 물이 흐르면 노래가 나온다 / 자하로프 소련 피아니스트와 월광 소나타…

마지막 조각. 헌시
김철현 신부님 떠나시는 날 / 노인에게도 꿈이 있어요 / 외숙모님(박정숙 여사) 팔순잔치 / 새애기 / 아들이 떠나가는 날

인연은 이 세상 사는 조각보

이른 아침 숲을 거닐다
새소리 고운 부름에
친구 생각을 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라일락 향기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마음 허전하다

푸른 나뭇잎
싱그런 바람
눈부신 햇빛이 소중한 줄 모르고
무심했듯이

너그러운 이해
열심한 만남에 소홀했던 것
나의 문제가 너무 무거웠던 거다

인연은 이 세상 사는 조각보
또 하나 자주빛 조각을
꽤매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