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수능 날 이후 나만, 그리고 보경이만 힘들고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은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보경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자마자 내 마음속이 그 얼마나 지옥으로 바뀌었던가. 평생 미워하는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준기를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이 미워하고 미워했었던가.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준기 놈도 그랬을 거 같다. 나만큼이나, 보경이만큼이나 힘들었을 테고 그래서 그만큼 더 내색할 수 없었겠지.
"따뜻하다..."
녀석 등에 기대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가로수 들을 마음속으로 세어봤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내가 세는 가로수 개수들만큼 기대어 있는 준기 놈의 심장 박동수가 들렸다.
두근. 두근.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