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자국

시인의 말

제1부 붉은 노을
달빛 잔치
미라, 그녀는 다만 누워 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달빛자국
잉어의 눈
.
.
.
제2부 인디언 피리
번갯불
인디언 피리
물속이든 불속이든
말을 베다
꽃잎들은 너무 무르고 고와
.
.
.
제3부 빗물이 흘러내리고
너무 오래된 집
가벼움, 그 홀가분함에 대하여
롤러코스터를 타다
빗물이 흘러내리고
숲
.
.
.
제4부 한 입의 사랑
태풍은 제 갈 길을 간다
동굴
한 잎의 사랑
비둘기들
나의 적의
.
.
.
해설-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허심의 세계.허영만(시인.목포대 교수)

달빛자국

달빛은 저어주지 않으면 굳어져버린다
달빛 저는 저 나뭇잎들

목화, 두 번 피는
실 낳는 꽃
하얗게 쌓이는 밤늦도록
물레를 저어 실을 짓는다

달빛은 한밤중
마당 가득 넘실대다 그림자 몇을 띄우다가
새벽녘 바다로 끌려가
모래펄에서 샤아샤아 발을 끌리며 버티다가
결국 바다,
거대란 바다의 입술로 사라진다

몇 날 밤
밤새워 앉은 베틀 위
베를 자른다
흩날리는 달빛자락들
의지할 데 없는 실낱들을
날것으로 풀어 놓는다

모래펄에 선연한 달빛자국들
파도의 이면에 떠도는 목화, 무명의
보푸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