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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5877074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08-08-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추천의 글
1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
가난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들 14
높디 높은 문턱 23
Killing Me Softly 28
죽디 살디 한번 해보자, 할배! 35
수단에서 온 의사 신부님편지 39
얄미운 할머니 47
어이쿠, 돈이 원수다! 54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 5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6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나기 71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 78
햇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 87
내 사랑 구호병원을 떠나며 91
2장. 삶의 바다가 물결치는 작은 병원
두 할머니 100
환자 유인 행위? 105
달걀 10개와 만원 114
쪽방촌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님 118
어느 외과 의사의 하루 126
너무나 확실한 그래서 잊고 싶은… 139
수술실, 이야기꽃이 활짝 147
두 집 살림 155
우리누리 공부방에 가다 163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 빼먹기 167
엄지손가락이 된 글렌의 발가락 170
청진기 175
돌팔이를 위한 변명 178
빚을 내서라도 사 드세요? 187
아내와의 데이트 194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는 199
달동네 풍경 20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난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들 (p.21-22)
(노숙 생활을 했던)형근 씨는 최악의 상태로 병원에 왔고, 이제는 입원을 시켜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해주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다시 입원한 형근 씨는 떠나기 며칠 전 이렇게 말했다.“과장님, 그동안 고마웠십니더.”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10달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저녁, 퇴근길에 영안실에 들렀다. 영정 속의 형근 씨가 날 보며 물끄러미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형근 씨, 고함쳤던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래요? 용서해주실 거죠?….’
젊었을 때 딴따라 생활을 했다는 형근 씨.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지 않을까….
가난한 이웃의 문제, 무엇보다 잠잘 곳이 없어 거리에서 자야 하는 사람들의 문제에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리라. 마더 테레사의 말처럼 가난한 사람들도 고귀하게 죽어갈 장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노숙자들의 몸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구호병원 수녀님들은 가난의 향기라고 말한다. 가난의 향기를 그리스도의 향기라 여기며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일을 하다가 하늘나라에서 형근 씨와 반갑게 다시 만나 얼싸안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겨울나기 (p.74)
항문 검사를 해보니 수술했던 곳이 다시 발그스레해져 있었고 살짝 눌렀더니 조금 아파했다. 통원치료를 해도 괜찮을 듯했지만 추운 날씨에 다리도 불편한 사람이 움막 같은 집에서(몇 번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혼자 겨울을 날 것을 생각하니 차마 통원치료 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원하십시다, 요한 씨.”
이런 경우는 얼마간 사회 입원이다. 굳이 병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다른 까닭으로 입원을 결정하는 경우였다. 주방 수녀님에게 밥을 꼭꼭 눌러 담아 달라고 부탁도 했다.
환자 유인행위? (p,105~)
가난한 달동네에 있는 병원이라 그런지 환자들 가운데는 사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다.(중략).. 이럴 때는 일부러라도 생활 형편을 물어본다. 그리고 딱한 사정이라도 듣게 되면 병원에 내는 본인 부담금을 받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며칠 전 김 원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행임, 국민건강보험 공단에 아는 사람 없능교?”
“와”
“일주일 전에 보험공단 지사에서 환자 진료자료를 제출하라케서 컴퓨터에서 복사를 해서 냈는데, 또 3일 전에는 환자 진료대장을 요구해서 줬어요.”
“뭐, 우리가 잘못한 기 없는데 뭐 어떻겠노?”
그러고 보니 요즘 환자 진료를 하면서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환자들의 말에 따르면 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와서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것이었다. 몇 월 몇 일 어디가 아파서 남부민의원에 진료받으러 간 적이 있느냐, 공휴일에도 진료를 하더냐, 저녁 9시 가까이에 병원에 간 적이 있느냐, 돈을 안 받고 진료해준 적은 없느냐 등등. (중략)
국민건강보함상의 본인 부담금 면제를 의료기관에서 직접 하는 것을 의료법으로 금하고 있고, 돈을 받지
않고 진료를 하게 되면 현행 의료법상‘환자 유인행위 금지조항’에 대한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의 특수성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해 보았지만 보험공단 직원은 늘 원칙적인 이야기만 했다. 여기에 김 원장과 나의 고민이 있었다. 오죽하면 이중장부를 만들자는 이이기까지 했을까? 이중장부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돈을 받았다고 하면 문제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중장부는 정말 싫었다. 양심을 속이는 짓이기 때문이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