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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10313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2-08-27
책 소개
목차
악마는 최후에 꼬리를 내민다 7
그리고 성화는 최후에 주렴을 걷는다 231
작가의 말 289
해설 291
리뷰
책속에서
멀리서 늑대의 무리가 운다. 멈칫했던 시울비는 길고 긴 야생의 신호가 천천히 잦아들 때까지 청각을 바짝 긴장시켰다. 늑대는 멀리 있지만 혹 울음소리 때문에 그가 놓친 다른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늑대가 우는 틈을 타서 움직인다면 놈은 내게 기습을 할까? 아니면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몰래 움직일까. 시울비는 후자가 더 걱정스러웠다. 그가 호위 일행의 능력을 불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심하는 다수보다는 준비된 일인이 낫다는 생각은 검을 잡은 이래 변한 적이 없는 믿음이었다. 무엇보다 시울비는 적이 기습을 하더라도 첫 일 합合을 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노휘가 시울비의 자청을 받아들였을 때는 절대로 기습에 당하지 않는 시울비의 능력을 높이 산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그것이 걱귀龜로서의 권능이다.
―힘을 얻고자 하는 악마는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지. 그러고 나서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남의 그림자를 흡수하는 거야. 신의 적대자로 태어난 악마는 그 뿌리부터 그림자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온갖 증오와 번민, 비탄의 배설물인 그림자를 빨아먹으며 그 힘을 키우지. 그림자를 훔치지 못한 악마의 힘은 두려울 것이 못 되지만 여러 인간의 그림자를 훔친 악마는 종단의 가장 강력한 무사들조차 저지할 수 없어.―그림자를…… 빨아먹는다는 건 정확히 무슨 의미요?―말 그대로의 의미야. 어느 해 지는 저녁 네 그림자가 이유 없이 짧아진다면 그건 주위에 악마가 있다는 뜻인 거지.
서해 바닷물의 중심에 뿌리박은 해송은 전설보다 오랜 세월부터 육지의 성흥과 쇠망을 굽어보며 창파蒼波의 두 세계,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리해 왔다. 고대인의 믿음에 따르면 심해저보다 깊게 뻗은 뿌리는 지상의 물을 길어 올려 천공을 뚫고 올라간 가지 끝에서 흰 구름을 맺는다고 했다. 자욱한 안개를 뿜어내고 있어 하늘을 매달고 있는 해송의 가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땅거미가 내릴 때 서쪽 하늘에서 어릿어릿하는 검은 형체는 석양의 고도보다 높기에 지는 해를 받는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신비로운 청잣빛을 띠는 줄기는 측량할 수 없을 만큼 굵어 수만 년 간 하늘을 지탱할 만하고, 해수면 위로 드러난 뿌리는 어떤 섬보다 넓지만 성지로 불리기에 스스로의 혼이 두려운 이들은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나무는 그림자가 없었지만 모든 이가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