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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뜨겁다

길은 뜨겁다

임태희 (지은이)
  |  
우리같이
2011-01-11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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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뜨겁다

책 정보

· 제목 : 길은 뜨겁다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6189060
· 쪽수 : 231쪽

책 소개

우리같이 청소년문고 시리즈 5권. <쥐를 잡자>,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가족입니까>에 이르기까지, 우리 청소년들이 당면한 현실을 뚜렷한 문제의식과 극적 긴장감으로 포착해 재기 발랄하게 풀어낸 임태희 작가의 새로운 청소년 소설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길을 잃은 열일곱 살 은우가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길을 걸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목차

서울, 강남 9
금강 휴게소 17
청도, 황 씨 할아버지의 가게 26
처음 도배를 배운 집 35
복숭아밭 49
어디로 갈까 56
목포로 가는 길 66
광주, 동띠기 현장 87
담양, 대나무 숲 119
히치하이크 150
형진이 형네 집 161
근로자 대기소 178
경찰서 192
광주 병원 201
논산-천안 고속도로 210
공주, 자동차 정비소 219
다시, 서울로 225

저자소개

임태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아동학을 전공했다. 착하고 지혜롭고 밝은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서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기분이 좋을 땐 요리를 산더미처럼 해놓고, 기운이 넘칠 땐 자원봉사를 나간다. 마음이 심란할 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거나 통기타를 친다. 지은 책으로 『쥐를 잡자』『길은 뜨겁다』『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등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공중전화 부스 앞을 서성이다 안으로 들어간다. 심호흡을 크게 한 다음 조심스럽게 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몇 번 신호가 가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받는다. 나는 수화기 구멍을 손바닥으로 막고 마른침을 삼킨다.
“혹시…… 은우니?”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
“은우 맞지?”
“뭐? 은우? 못난 녀석!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당장 집으로 오지 못해?”
갑자기 끼어든 아버지 목소리가 따갑게 귀에 꽂힌다.
“여보, 진정해요. 애가 겁나서 말하겠어요? 전화 이리 줘 봐요.”
조금 뒤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은우야, 엄마야. 지금 어디니?”
“…….”
“밥은 먹었니?”
엄마의 물음에 아버지가 벌컥 역정을 낸다.
“그만둬. 그놈은 집 나가서 고생 좀 해 봐야 해!”
“여보, 제발…….”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끊는다. 한동안 전화 부스에서 나올 수가 없다. 완전히 길을 잃은 느낌이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오늘은 기말고사 첫 날이다. 그러나 학교에 가지 않았다. 어젯밤 집을 나왔다. 안방 문갑에서 20만 원을 훔치고 필요할 만한 물건은 커다란 가방에 몽땅 챙겨서 나왔다. 복잡한 문제들이 머릿속에 엉켜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그저 집을 잠시 떠나 있으면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았다.
막상 집을 나오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길거리를 무작정 쏘다니다가 기껏 생각해 낸 게 피시방이었다.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불안해서 그런지 집중도 안 되고 재미도 없었다. 새벽 3시까지 꾸역꾸역 버티다가 찜질방에 가서 잠을 잤다.
아침에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에 눈을 뜨고는 아차 싶었다. 사람들은 시계나 MP3 같은 값나가는 물건이 없어졌다고 난리였다. 나도 얼른 지갑을 열어 보았다. 누군가 지폐만 쏙 빼 간 상태였다. 자기 전에 남은 돈을 세어 본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 돈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광고를 한 꼴이었다. 휴대전화도 온데간데없었다. 가출 신고가 들어와 있을까 봐 경찰서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고스란히 당한 것이다.
전화 부스에서 나와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수화기에서 들리던 아버지의 노여움에 찬 목소리가 떠올랐다. 왜 아버지가 화를 내지? 아버지는 화를 낼 자격이 없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집으론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만 무사히 넘기면 내일은 어떻게든 될 거야. 날이 밝으면 당장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아봐야지.’
나는 공원 벤치 위에 축 늘어져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로등 불빛이 나무에 가려서 어두컴컴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여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날씨가 추웠다면 공원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내 신세가 더 비참했을 테니까.
내게 돈을 빌려 줄 만한 친구들을 손가락으로 꼽아 보다가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 오늘을 시작으로 내리 닷새 동안 시험이 있다. 어쩌면 우리 반 아이들은 오늘 내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도 이유 따위를 궁금해 할 여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시험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일 테니까.
울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수상쩍은 패거리가 거들먹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거기!”
탁하고 위압적인 목소리.
“가방 좋은 거 갖고 있네?”
한 놈이 다가오며 말했다. 다른 놈들도 킥킥거리며 거리를 좁혀 왔다.
덜컥 겁이 났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공원에는 그들과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패거리 중에 부러진 큐를 들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죽도록 두들겨 맞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는 침착하려 애쓰며 가방 끈을 꼭 쥐었다. 그러고는 딴 데를 돌아보는 척하다가 냅다 달렸다. 놈들이 악다구니를 하며 쫓아왔다. 놈들은 그다지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놈들을 따돌리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 길로 200여 미터만 들어가면 도서관 건물이 나왔다. 중 3 때 공부한다고 친구들과 몇 번 와 본 적이 있어서 길이 눈에 익었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도서관 쪽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도서관 근처에 거의 다다랐을 때 허름한 1톤 트럭이 시동이 걸린 채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트럭을 끼고 옆 골목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바로 그쪽 담장 뒤편에서 놈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잡히면 죽는다!”
놈들은 잔뜩 약이 올라 있었다.
나는 우뚝 멈춰 서서 숨을 죽이고 당장 숨을 곳을 찾았다. 옆에 있는 1톤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트럭 짐칸에 잡동사니 약간이 있을 뿐 거의 비어 있었다. 나는 재빨리 짐칸에 올라타 납작 엎드렸다. 짐칸에 지붕이 없어서 여차하면 들킬 수도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디 숨었어? 빨리 안 나와?”
놈들이 이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놈들이 트럭 앞까지 오면 들킬 게 분명했다.
‘이제 죽었구나.’
바로 그때 굵직한 남자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뭘 찾고들 있니?”
누구지? 너무 무서웠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짐칸 밖으로 슬그머니 눈을 내놓았다. 청색 모자를 쓰고 청 조끼를 입은 작달막한 아저씨가 옆구리에 책을 서너 권쯤 끼고서 트럭 앞에 서 있었다. 불량배들 중에 가장 키가 큰 녀석이(키가 19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손가락 관절을 뚝뚝 꺾으며 아저씨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다치기 싫으면 남의 일에 신경 끄시죠.”
부러진 큐를 들고 있던 녀석이 그걸 위협적으로 치켜들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내려칠 기세였다. 그러나 아저씨는 눈을 부릅뜨고 분명하게 말했다.
“나도 신경 끄고 싶다. 근데 너희들이 너무 시끄럽잖니? 이건 내 트럭이야.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거다. 너희가 내 트럭 근처에서 소란을 피우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다.”
아저씨는 놈들이 똑똑히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듯 놈들을 둘러보더니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겠다. 너희들 나랑 5분만 얘기하자. 뭣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듣고 싶구나.”
“뭐야, 당신. 설교하려면 교회에나 가! 재수 없게!”
불량배들이 아저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한 놈이 침을 뱉고는 권투 자세를 취했다.
“덤벼! 실컷 패 줄 테니까.”
싸움이 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싸우면 당연히 아저씨가 불리했다. 불량배들은 예닐곱 명쯤 되었고 대부분 아저씨보다 컸다.
그때 손전등 불빛이 골목을 비췄다. 순찰 중인 방범대원이었다.
“방범입니다. 거기 무슨 문제 있습니까?”
놈들이 고개를 돌리며 낮게 욕을 뱉었다. 방범대원이 놈들을 알아보고 지겹다는 투로 말했다.
“또 니들이냐? 오늘은 또 무슨 작당들이냐?”
“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제가 도서관을 못 찾아서 길을 물어보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방범대원이 손전등으로 아저씨를 비췄다. 아저씨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들어 보였다.
“도서관은 이 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나옵니다.”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아저씨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방범대원은 불량배들에게 몇 마디 주의를 주고는 옆 골목으로 갔다.
“너희들 이 동네에서 유명한가 보구나.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땐 시간이 참 안 가더라. 너흰 뭘 하며 시간을 보내니?”
아저씨는 놈들과 대화를 해 보려는 것 같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씨발, 짜증나게! 야, 가자.”
“아저씨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불량배들이 건들거리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아저씨는 도서관 담장 옆에 세워진 파란색 도서 반납함에 책을 넣고 돌아와서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석 뒤로 난 창으로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저씨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짐칸에 내가 타고 있는 건 모르는 눈치였다.
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놈들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골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당한 기회를 틈타 짐칸에서 뛰어내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차는 곧장 고속도로로 들어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바람이 온몸을 때리고 할퀴었다. 짐칸에서 떨어질까 봐 함부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나는 엄청난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팔꿈치로 엉금엉금 기어가서 운전석 뒤쪽 벽에 최대한 몸을 붙였다. 그러곤 짐칸 바닥에 꼭 붙어서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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