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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189206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08-12-20
책 소개
목차
1장 김만섭, 자살을 시도하다
2장 김만섭, 신에게 따지다
3장 김만섭, 신과 친구가 되다
4장 김만섭, 신을 증명하다
5장 김만섭, 죽음에서 살아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1장: 김만섭, 신을 만나자 당황해서 좌충우돌 횡설수설...
공자는 사내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했는데 나는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하늘의 뜻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죽어야 하다니. 하기야 죽어가는 마당에 하늘의 뜻이라는 게 있는지 알아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하늘의 뜻이라. 하늘!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으로 쓰였을까?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중국에 신이라는 개념이 없었을 테니까 창조주라는 뜻으로 쓰이지는 않았을 터이고.
근데 신이라는 게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도? 아이고 있다면 어쩌나. 그거 난감한 노릇이네. 자살한 사람을, 아니 그땐 이미 사람이 아닐 테고, 영혼을, 근데 영혼이라는 게 진짜로 있나? 내 영혼? 어쨌든 자살한 영혼을 천당에 보내지는 아니할 테고. 근데 영혼이 어떻게 자살을 하나. 자살을 하는 것은 사람인데 벌은 왜 영혼이 받아? 어쨌든 지옥에는 말고 연옥 정도에는 가야 될 텐데. 지옥만 있고 연옥이라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살아온 꼴을 보건대 언감생심 천당에 갈 꿈이야 꿀 수가 있나. 죽어가는 순간인데 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지.
“아이고 아, 아닙니다요. 그으냥 계속하시지요. 신님께서 제 머리 속에 이미 똬리를 틀어놓고 앉아 계시다는데 제가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신님의 눈짓 하나로 번쩍 기억이 날 텐데요 뭐.”
“그래, 그래. 이제 쬐끔 진도가 나가는 군.”
“무슨 진도?”
“내 주제파악! 즉 신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 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신에 울고 신에 웃고…….”
“이제야 우리 제대로 궁합이 맞는구나.”
얼씨구 절씨구 좋겠네.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이건 뭐, 이 양반 변화무쌍한 정도가 귀신, 아니 신이네, 정말.
“그래 그래. 당연하지. 신이란 무엇이냐? 신이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게 자네가 나를 정의한 것 아닌가.”
“안 그런가요?”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해.”
“또또또.”
“아니, 이건 심각한 대답이야. ‘예스 엔 노’가 가장 정확한 대답인 경우가 허다 해.”
“그럼 어떨 땐 예스고 어떨 땐 놉니까?”
“아하. 그럼 진도를 쬐끔 더 나가 볼까? 자 궁극적으로 모든 대화는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 언어라는 것이 묘상해서 잘못 쓰면 둘이 허공에서 따로따로 맴돌다 끝나요. 각각 신나게 노래는 하는데 듣는 쪽에선 그게 노래인지 악을 쓰는 건지 영 구별이 안 되는 거야.”
“언어가 언어이기 위해서는 말에 정의가 내려져 있어야 한다. 단어의 정의를 공유하지 않고서는 두 사람이 생각을 나눌 수 없다. 즉,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뭐 그런 말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지. 스마트! 똑똑해. 과연 박사야. 그러니 자네와 내가 대화를 하면서도 허공에서 맴돈 것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쓴 말의 정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지. 자네가 쓰는 신이라는 말의 정의와 내가 내리는 정의가 달라요. 안 그런가?”
“글쎄요. 내가 쓴 신의 정의야 오류라고 이미 판단이 난 상태고.”
“아냐, 만섭이. 자네가 내린 정의가 오류가 아니고 자네의 논리가 오류라고 했네.”